영주에서 장례를 치러 본 사람들은 고현동 영주시립화장장 시설이 얼마나 낙후됐는가를 다 경험했을 것이다. 좁은 진입로,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과 유족휴게실, 화장실 등 모든 시설이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다. 이 화장장 시설은 1972년도에 지어졌으니까 아마도 전국에서 낙후된 화장장 중의 하나일 것이다.
화장장 건립은 오래전부터 영주시의 숙원 사업 중의 하나였다. 화장장을 신규 조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벌써 10년 전부터 있어왔는데도 불구하고 인근 동네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님비(Not In My Backyard: NIMBY)현상의 극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6월 영주시 종합장사시설 건립 부지가 최종 확정됐다. 2022년 12월에 화장장 건립 후보지를 공개 공모한 결과, 영주시는 단독 신청한 이산면 운문리 산94-2번지 일원 20만 3천 48㎡를 최종 후보지로 확정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화장 통계 자료에 의하면, 전국 화장률은 92.9%이며 경북 지역은 전국 평균에 못 미치지만 그래도 86.9%이다. 영주지역의 경우에는 사망자 대비 화장률이 2021년에 69.9%였으니까 지난해에는 무려 8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니 기존 고현동 영주시립화장장은 화장로가 2기밖에 되지 않아 그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득불 울진(화장로 3기)이나 문경(화장로 3기)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만 한다.
이번에 영주시가 최종적으로 종합장사시설 부지로 확정한 지역은 마을과 1km가량 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부지 전체가 임야로 둘러싸여 있어서 주민들로부터 화장장이 혐오 기피 시설의 논란에서 다소 자유롭다. 또 안동에서 영주로 가는 5번 국도 내성천교를 지나 바로 우측 변 임야 지역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도 좋다. 그리고 이 종합장사시설 건립 계획을 보면 화장로 4기를 갖춘 화장장과 봉안당, 자연장지(수목장, 잔디장), 산분장지(유택동산)와 부대 시설인 고요 광장, 추억의 길, 헌화의 뜰, 주차장(276대)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이 돼 있다.
그런데 여전히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있어서 종합장사시설 건립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유인즉슨 동의 절차상의 문제와 사업추진에 따른 주민 설명회의 문제, 영주댐 관광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이번 종합장사시설 건립은 인근 주민들이 님비현상을 핌비(Please In My Back Yard: PIMBY, 수익성이 있는 사업을 내 지역에 유치하겠다)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더 크다.
종합장사시설 건립으로 운문리 일대의 주민들이 얻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가히 파격적이다. 종합추모시설이 속한 운문리에는 30억 원, 화장시설 반경 1km 이내 영향지역 주변 마을엔 20억 원의 기금이 지원되고 해당 소재지 읍면인 이산면엔 50억 원의 주민지원 기금이 지원된다고 한다. 그리고 운문리에는 연간 화장 수수료의 10%를 매년 수익금으로 배분할 계획이고, 종합추모시설 내에 들어서게 될 식당이나 매점, 카페, 봉안용품 판매점 등의 부대 시설 운영권도 지역주민들에게 부여하고 시설 근로자 채용 시에도 지역주민 우선 채용 기회가 제공된다고 한다.
이번 종합장사시설 계획에 따르면, 2024년 7월에 기본 및 실시설계하고, 2025년 1월에 도시계획 시설 결정 및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서 그해 7월에 착공, 2026년 12월에 준공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일부 주민들의 반발은 대화를 통해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시장을 비롯한 시 관계자와 국회의원, 시의회는 함께 힘을 모아 더 많은 재정을 확보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추진하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