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도라지에 빠진 서울 청년 한약사, 영주에 뿌리 내리다

영주 소백산 '도라지' 정과
영주 소백산 '도라지' 정과

영주 소백산 도라지의 품질과 가능성 발견

지역 농가와 협력해 도라지로 사업 시작

 

열정, 그리고 도전과 혁신으로 이룬 창업

영주 약용작물 개발로 지역발전까지 꿈꿔

산업 발전의 역사는 지속적인 혁신과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18세기 산업혁명은 기계화를 통해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20세기 정보기술 혁명은 디지털 통신과 세계적인 연결망의 확장을 가져왔다. 최근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주도하는 네 번째 산업혁명이 비즈니스와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광대한 혁명 한가운데서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확장 속도가 심상치 않다.

기업이 기존 사업 모델, 전략, 또는 제품에서 중대한 변화를 일으켜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피벗(Pivot)은 이제 사업가들이라면 필수적으로 고민해야 할 전략이 됐다.

일례로 유명 요리 연구가이자 외식 경영가인 백종원 대표는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토대로 다양한 외식업체를 경영하며 사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그는 음식 산업 내에서 지속적인 피벗을 통해 프랜차이즈 운영은 물론 푸드 트럭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음료 사업 모델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최근 백종원 대표처럼 변화하는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젊은 사업가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서울 청년들이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돕는 ‘넥스트로컬’ 사업이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청년들을 공모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소백산 도라지를 활용한 상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서울 청년 한약사 지종환 대표가 우리 고장 영주에서 기회의 장을 열고 있다.

도전에 대한 열망으로 창업한 한약사

영주 도라지를 기반으로 한방식품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설아래’ 지종환(32) 대표는 서울출신으로 경희대학교에서 한약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지 대표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휴학을 결정했다. 원치 않았던 전공 때문이었다. 그가 휴학을 결정하고 찾아간 곳은 바로 학교 내 창업동아리였다. 그곳에서 선배들에게 일을 배우며 함께 창업을 준비했다.

동아리 선배들과 함께 2013년에 창업한 분야는 IT 서비스였다. 장학금 큐레이션 서비스인 ‘드림스폰’은 현재 30만 명이 이용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지 대표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개발하며 창업의 기초를 닦았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열망이 컸던 그는 성장 중이었던 IT 사업을 동업자에게 맡기고 복학을 해 돌연 요식업에 진출하기도 했다. 학교 근처에 수제 맥주 전문점을 차려 소비자층인 학생들이 좋아할 콘텐츠와 인테리어로 흑자를 기록했다.

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큰 조직을 이끌기 위한 인력 관리의 노하우를 얻기 위해 해병대 장교에 지원했다. 80여 명의 소대원을 인솔하며 그는 정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각자의 능력에 맞게 조직을 이끄는 법을 알게 됐다. 2021년이 끝나갈 무렵 지 대표는 학과 선후배들과 함께 ‘설아래’를 창업했다. 창업동아리에서 사업 경험을 쌓으며 브랜딩에 관심이 생긴 영향이 컸다.

한약국을 운영하는 한약사가 주축이었던 탓에 경영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지 대표는 곧장 브랜드와 패키징 리뉴얼 작업에 착수했고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업 제안서와 소개서를 제작했다. 건강식품은 선물용으로 많이 사용된다는 판단으로 과감히 콘셉트를 바꾸었다.

성과는 지 대표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았다. 졸업생 창업 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인해 학교에서 관심을 보이며 전국의 대학 총장에게 신년 선물로 설아래 선물세트를 보낸 것이다. 그는 이것을 기회로 발판 삼아 프리미엄 마케팅을 기획했고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입점을 밀어붙였다.

설아래 제품들
설아래 제품들

영주 도라지의 매력을 발견하다

지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목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도라지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도라지가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 주목한 그는 이를 활용한 한방식품을 개발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전국에서 도라지를 수급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영주 도라지의 우수한 품질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던 와중 넥스트로컬 사업에 선정돼 초기 자금은 물론 로컬 네트워크도 확보했다.

영주 도라지가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지역 특산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든 지 대표는 영주 도라지의 우수한 품질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영주시 농업기술센터에 품질 연구가 선행돼야 함을 알리고 도라지 농가와 함께 사업을 계획했다. 그는 “모교인 경희대 약대 교수님께 도라지 성분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며 “실험 데이터가 영주 도라지의 고품질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지 대표는 “뛰어난 품질의 작물들이 온라인 마케팅이나 브랜딩에 어려움을 겪어 타 지역민은 물론 영주시민들도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며 고령화된 영주의 농가를 안타까워했다. 그는 도라지 농가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영주 도라지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상품화하는 과정에서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영주 도라지를 활용한 제품들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작년 한 해에만 지 대표는 2억 9천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더불어 그는 “영주엔 아직 도라지 말고도 생강이나 황기와 같은 다른 약용 작물들이 많지만 브랜딩이 되어 있지 않다”며 “사업을 영주에서 생산되는 약용 작물로 계속해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가 올해 목표하고 있는 매출액은 10억 원이다.

‘설아래’는 설날의 하루 전날이라는 의미다. 지 대표는 회사명에 대해 “12월 마지막 날 새해 건강을 빌듯 설아래를 통해 모두가 건강하길 바란다”고 소개했다. 현재 영주 도라지로 만든 제품으로 도라지정과와 도라지스틱, 사탕이 있다.

기회의 도시 영주에서 꿈꾸는 미래

지 대표는 “영주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기회의 도시”라고 말했다. “서울은 이미 인프라가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는 것 말고는 뚜렷한 선택지가 없으나 영주는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영주의 가능성에 대해 연달아 설명하는 열정을 보였다.

지난 3월 영주에 사업장을 이전하며 그는 영주에서의 제품 개발과 지역 농가와의 협력 강화는 물론 지역 내 일자리 창출까지 계획하고 있다. 그는 처음 영주에 발을 딛었을 때 받은 환영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영주시 관광 가이드북에 나오는 모든 곳을 돌아봤다는 지 대표는 “영주시민보다 더 꼼꼼히 영주 구석구석을 다 돌아봤다”며 영주에 대한 애정을 가감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마음에 꼭 들었던 곳은 다름 아닌 영주호오토캠핑장이다. 치열한 도시에서 막 벗어난 그에게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곳이었다.

지 대표는 “영주는 내가 지향하는 삶과 사업 방향 모두 꼭 맞는 곳”이라며 “이곳에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며 올바르고 정직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런 우직함은 선비의 고장인 영주와 결이 잘 맞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다가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는다는 것은 마치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손으로 잡는 것과 같다. 순간의 찰나에 꽃잎은 바람을 타고 멀리 사라질 수도 있지만, 그것을 손에 쥐는 사람은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기회란 바로 그 꽃잎처럼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갈 수 있지만, 그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만이 그 가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 고장에서는 가능성이 개화 중이다.

지역의 힘은 때로는 그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금 영주에서는 보이지 않는 여러 기회가 만개해 흩날리고 있다. 이 기회를 잡는 것은 우리 지역은 물론 개인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지역사회는 그 자체로 강력한 유대를 형성하며, 사람들은 서로를 지원하고 함께 성장해 나간다. 공통의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며, 이를 통해 강력한 연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발전적 연대감으로 한 발짝 더 성장한 우리 고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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