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올해 2학기부터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가 전면 시행된다. 당초 2025학년도부터 실시 예정이었으나 1년 앞당기게 됨으로써 일선 학교의 늘봄 업무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늘봄이 기존 돌봄과 다른 점은 우선순위 기준 없이 늘봄을 희망하는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2024학년도 2학기에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025학년도에 1~2학년, 2026학년도에는 1~6학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 이용 대상인 것이다. 늘봄학교가 학부모에겐 기대를, 일선 학교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지역사회와 잘 협업해 안착만 하면 저출산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리라 본다.

늘봄학교란 정규수업 외에 학교와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자원을 연계하여 초등학생의 성장·발달을 위해 제공하는 종합 교육프로그램으로, 기존의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를 통합한 교육정책이다. 늘봄학교는 개인 돌봄의 한계를 국가가 나서는 것으로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자원이 양질의 프로그램에 활용됨으로써 우수한 교육과 보육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정책이다.

저출산 극복, 사교육비 경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것인 만큼 학부모의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지역의 자원이 늘봄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제공될 때 부모의 심리 및 물리적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최근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만큼 이제 저출산 문제는 나라의 존망을 거머쥔 핵심 열쇠가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조앤 윌리엄스 명예교수는 한국의 출산율 수치를 보면서 “한국은 완전히 망했다”라고 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왜 아이를 낳아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허투루 들리지 않음은 출산과 양육, 주거 문제에 더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지금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늘봄 시행으로 저출산을 얼마만큼 극복할지는 모르지만, 평생 여성 한 명이 낳는 아이 0.72명(2023년 합계 출산율)을 기점으로 새로운 변화가 찾아오기만 학수고대할 뿐이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돌봄은 경쟁률이 매우 높았다. 돌봄을 희망했지만, 치열한 추첨에서 탈락한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학원 뺑뺑이를 돌아야만 했다. 돌봄 절벽에 부딪히면서 워킹맘이 겪었을 상실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절박했다. 과밀학교일수록 경쟁은 치열했기에 탈락자는 더 많았다. 그래서 늘봄학교 도입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에게도 희소식이지만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도 자녀 계획의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본다.

늘봄학교가 첫 단추를 끼우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무를 경우 심리적 불안, 또래와의 갈등 등 부작용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늘봄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한 후 해결책을 마련해야 성공적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올해가 늘봄학교 전면 시행 첫해인 만큼 교육 관계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 늘봄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그 때문에 지역의 유휴 인적자원 및 유관기관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초등생의 바른 성장을 위해 지역사회에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재원 확보로, 긍정적 효과를 불러들인다면 늘봄 안착에 좀 더 빨리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인이나 교육자, 체육인, 경제인 등 인적자원의 재능기부가 국가 돌봄으로 이어질 때 늘봄의 성공에 한발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테다.

지역의 아이들을 우리가 길러야 하는 이유는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아이를 통한 교육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안전한 성장 공간에서 이동 없이 교육과 돌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건 늘봄이 지닌 큰 장점이기도 하다. 지역사회가 두 팔 걷고 나설 때 늘봄학교의 성공적 안착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인구 위기로 국가 존망까지 염려되는 시국에 늘봄학교에 거는 기대가 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양질로 운영돼 학부모가 걱정 없이 아이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늘봄체계의 올바른 구축, 국가비상사태인 저출산 극복에 파란색 불이 켜지리라 본다. 늘봄의 안전한 정착, 저출산 난제를 극복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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