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절편

                                     -유홍준

 

떡집에 가서 떡 뽑는다

떡방앗간 기계 헐떡거리며 혓바닥을 내민다

떡집 여자 가위를 들고

쉴 새 없이 혓바닥을 자른다

혓바닥 위에

수레바퀴 문양을 찍는다 뜨끈뜨끈한

혓바닥 담은 상자 넘겨받고 떡집 나서면

세상 모든 길이 검은 절편, 검은 혓바닥

妄想 위에 기름 발라가며 떡 싣고 돌아가는 길

떡살무늬 바퀴를 끼운 자동차들 죽음을 향해

어깰 겨룬다 더러는 잘못 찍은 절편의 문양처럼

뭉개지고 찌그러지고

 

-습관의 떡, 생각의 떡

우리 주위엔 닮은 것들이 많습니다. 절편과 혓바닥도 그렇고요. 길게 “헐떡거리”는 “혓바닥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꽃이나, 문자, 수레바퀴 문양이 있는 떡살로 눌러 찍은 것이 절편입니다.

생활의 떡 절편이 늘 우리 곁에 있는 흔한 것이듯, 말로 생기는 죽음도 잊을 만하면 만나잖아요. 그래서 절편의 문양으로 수레바퀴를 택한 것이, 이 시를 한 번 더 읽게 하는 이유가 됩니다. “수레바퀴 문양”을 찍은 걸 보니, 죽은 혀를 말하고 싶었을 거예요.

“세상 모든 길이 검은 절편, 검은 혓바닥”으로 표현된 걸 보면요. 어머니 젖줄 같은 절편을 가지고 혓바닥을 넘은 죽음으로까지 이끈 시인의 역량이 대단해 보여요. 자그마한 힘 하나가 우주로 이어지는 원리와 일맥상통해 보이지 않나요?

“더러는 잘못 찍은 절편의 문양처럼”, 잘못 놀린 혀로 “뭉개지고 찌그러지면서” 끝을 향하고 있는 혀의 죽음(어쩌면 진짜 죽음)을 만날 수도 있겠지요. 잘리는 것들이 혀의 꼬리인지, 삶의 마감인지 알 수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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