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군에 ‘K-베트남 밸리’가 조성된다는 소식이 경북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과제인데, 2018년 10월 18일 봉화군청 소회의실에서 국내 유일의 베트남 타운조성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가지면서 경북도와 함께 베트남과의 교류를 위해 사업비 480억 원을 들여 봉화 봉성면 창평저수지 인근 부지에 베트남 타운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국비 확보 차질 등으로 수년째 표류하던 이 사업이 지난 13일 이철우 도지사,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한베트남 대사 등이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 소재 ‘K-베트남 밸리’ 조성 현장에 방문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사업기획이 시작된 때로부터 무려 10년이 지나 드디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제 이 사업은 봉화군과 경북도의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다. 사업비만도 총 2천억 원으로 이 중에서 국비 지원이 무려 1천890억 원이다. 2022년에 개장한 영주 선비세상의 총사업비가 1천694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K-베트남 밸리’ 사업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얼추 잡아도 순흥에 있는 ‘선비세상’과 ‘한국선비문화수련원’ 전체를 합친 것 정도의 규모이다.

봉화에 ‘K-베트남 밸리’를 조성하는 사업이야말로 지자체는 말할 것도 없고 국가적으로 의의가 대단히 크다. 특히 고려시대에 귀화한 베트남 리왕조의 후예 이용상과 그의 후손인 이장발이 봉화로 이주해 그가 남긴 업적을 기리는 충효당을 모티브로 베트남 역사관, 공연장, 다문화 국제학교 건립, 문화·관광·교육 등 양국 간 교류 거점 공간을 조성한다는 컨텐츠 자체는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봤을 때 미래지향적인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구 3만 명도 채 되지 않는 봉화군에서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봤을 때 타당성과 실효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우리나라를 찾는 베트남 관광객들이 1월~4월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무려 7배 정도 늘어나 12만 6천18명에 이르렀고 또 국내에 거주 중인 베트남인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20만여 명에 달한다고 하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 전국 오지로 분류되는 봉화군에 2천억 원을 투자해 베트남타운을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혹자는 ‘봉화 K-베트남 밸리’를 생각하면 영주 선비세상이 오버랩된다는 불편한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또 지방소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면, 지자체보다도 국가적 차원에서 ‘봉화 K-베트남 밸리’에 거는 기대가 크다. 먼저 K-베트남 밸리를 어떻게 조성하고 어떤 컨텐츠를 담아낼 것인가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남해 ‘독일마을’을 생각해보면 훌륭한 관광지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봉화지역은 영주와 안동을 잇는 중요한 다리이기 때문에 ‘K-베트남 밸리’를 두 지역의 관광문화와 연계해 하나의 벨트를 형성하면 봉화지역은 물론 영주·안동지역의 관광문화 시너지 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또한 총인구 대비 외국인 수가 5%가 넘으면 다문화사회로 분류하는데, 우리 사회는 이미 4%를 넘어섰다. 한국 성씨의 46% 정도는 귀화 성씨이며, 인구로 보면 20~50% 정도로 추정되고 있고, 현재 농가와 공사장 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다면 아예 우리나라의 기본 생산활동 자체가 마비될 정도이니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를 다문화사회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머리를 맞대고 현실성 있는 다문화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봉화 K-베트남 밸리 조성은 베트남과의 교류에 국한되지 않고 장차 전개될 다문화 사회의 선도모델을 조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방소멸 현상에 대한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어서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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