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오아시스 편의점

                                   -김민하

 

사장님 호출 문자 자라목이 나온다

후루룩 컵라면에 삼각김밥 먹는 저녁

진열대 위 상품으로 흔들리는 긱잡 인생

 

비상구 더듬으며 사막을 걸어간다

신기루 만지다가 소소초에 찔리는 손

웅크린 낙타의 등에 달빛만 부서진다

 

수십 장 입사원서 흩날리는 모래바람

사구에 처박혀도 오아시스 향해 걷고

울음을 널어 말리며 유통기한 늘려간다

 

-자발적 낙타가 되어

노동과 실업의 문제는 분야를 막론하고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노동 소외와 발견이 현실적 상상이 되느냐 상상적 현실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현실적 억압을 감당하는 방식에 달렸는데, 이 시조는 놀이하듯이 유연하게 푸는 게 사뭇 긍정적이면서도 명상적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사막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들 상상이나 마음의 영토에는 블랙홀처럼 몇 개씩은 존재하겠지요. 광활한 사막은 나를 찾아가는 고통의 길이 되기도 하고, 행복의 문을 열기 위한 매우 곤란한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발견한 오아시스의 감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단절감, 뜨거움에 맞서는 각자의 고통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거울과도 같습니다. 그렇게 벌거벗은 참회로 마음을 다스리게 하기도 합니다.

실업의 억압과 웅크림 사이에 들앉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아직도 “울음을 널어 말리며 유통기한 늘”이는 중인가 봅니다. 텅텅 비었거나 질질 넘치게 이분화된 현실 속,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바쁜 숨결로부터 도망치지도 않으면서요. 그렇게 존재에 대한 대답을 얻으면서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진리를 깨닫는 것 또한 버려두지 않습니다.

소신을 내동댕이치기엔 본질적 자아를 억압하는 서늘한 허기가 세상엔 아직도 만연합니다. 그렇지만 “신기루 만지”는 삶 속에서도 운명처럼 만날 몇 번의 “오아시스”가 그 사람의 남은 삶을 바꾸거나 버티게 해 주기 때문에, 오늘도 “오아시스 편의점”은 영업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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