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새의 부리가 된 젓가락

                                     -하청호

 

풀밭에서 점심을 먹는다

엄마표 도시락에 콩이 들어 있다

언니는 젓가락으로

콕콕 콩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꼭 새처럼 먹네

-나도, 나도

 

동생들도 새 부리로 쪼듯

젓가락으로 콕콕 콩을 집어먹는다

 

-점심 끝나면 모두 새처럼 날아가겠네

 

엄마의 말에 째그르르

우리는 새처럼 웃었다

 

-문득 날아든 새처럼

제대로 된 젓가락질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지 않나요? 지금도 젓가락질이 익숙하지 않은 필자는, 식사 모임 때면 은근히 신경이 쓰입니다. 반찬을 집다가 떨어뜨릴까 봐 맛있어 보이는 반찬(콩자반, 메추리 알, 묵 종류)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못하다 보니 아이들에게도 제대로 된 젓가락질을 가르쳐 주지 못했어요. 아이들이 헛젓가락질로 간당간당할 때마다 심장이 오그라듭니다.

이 동시에 나오는 아이들은, 젓가락질 실력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콕콕 콩을 집어서 입으로 가져”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죠. 언니도, 나도, 동생들도 발랄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 끝나면 모두 새처럼 날아가겠네”라는 “엄마의 말에” “째그르르/ 새처럼 웃”네요. 시를 읽는 우리도 웃게 하고요.

“콕콕 콩을 집”던 젓가락이, 새의 부리가 되어 배부른 날갯짓을 하며 넓은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갑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건져 올린, 맛있고 기발한 동시도 푸드덕 날아오릅니다.

점심으로 콩을 넣어 “엄마표 도시락”을 싼 엄마가, 오늘은 최고의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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