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우리나라 빵집 순례의 명소 대전 성심당이 작년 매출 315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면서 유명 기업 뚜레쥬르(214억 원)와 파리바게트(199억 원)를 넘어섰다. 매출액 1243억 원으로 브랜드를 제외한 단일 빵집 매출액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넘겨 전국구 기업을 앞선 것이다. 몇 년 전에 아들이 대전을 다녀오면서 성심당의 이름난 빵 ‘튀김소보르’를 포함해 여러 개의 빵을 사 온 적이 있어서 특유의 기름진 맛을 경험했다.

대전을 가면 으레 성심당을 들러야 하고 빵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찾아가는 명소가 된 곳이다. 이런 인기몰이에 더하여 최근 성심당 대전역점과 코레일 유통 간의 임대료 문제로 인해서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이퀄 성심당’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성심당은 대전의 대표 얼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 소멸과 불균형 발전을 우려하는 시대에 성심당은 지역이 가진 가치와 경쟁력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마다 지역의 소멸 위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영주는 인구 감소로 지방소멸 위험에 더욱 노출됐다. 자생적인 대응 전략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출산과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역 인구 유출로 이어져 인력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우리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면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주는 이미 지속 가능한 인구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운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정주 인구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정주 인구에만 의지해서도 안 될 것이다. 대전의 성심당처럼 전국 소비자를 지역으로 끌어들이는 효자 콘텐츠가 필요하다. 로컬 기업으로 성심당의 존재감은 좋은 기업 하나가 지역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런가 하면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방문객 15만 명을 넘어서며 입소문이 난 구미의 ‘달달한 야시장’의 정책도 눈여겨 볼만하다. 매주 금-토요일만 야시장을 운영하면서 흥행 가도를 달리며 입소문이 나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다른 지역 야시장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메뉴 시연, 품평회, 서비스 교육 등 철저한 준비가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맛의 차별화를 이룬 황복튀김과 닭오돌구이, 짚불 소시지 구이, 하와이안 스테이크 등 특색 있는 메뉴가 야시장의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구미시의 결단력이 돋보이는 방안으로, 야시장 상인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에 먹거리를 제공하게 한 대책도 인상적이다. 구미시는 상인들에게 전기요금과 먹거리 매대를 무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이 협력하여 만들어 낸 결과물로 찬사를 받을 만한 대목이다.

날로 비대해지는 수도권 쏠림 체제 경제권 속에서 영주의 자립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멀고도 험한 여정일 것이다. 인적 자본, 경제 규모, 제도적 인프라, 기술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기업과 주민 모두의 관점에서 지역의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영주를 대표하는 지역의 자산으로 인견, 한우, 인삼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영주에는 시장 또한 여러 곳이 있다. 각각의 개발·발전을 위해서 창의적인 디자인, 특별한 맛으로 승부하는 지역을 대표하는 경쟁력 있는 가게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이런 가게가 특색 있는 상품으로 우리만의 특별함을 갖추어 전국에서 찾아드는 손님으로 ‘오픈런’을 이룰 정도로 독보적이면 좋겠다.

또 하나, 영주시의 상징 ‘선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필요하다. 선비의 상징으로 ‘갓’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갓을 주제로 상품화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 같다. 갓 모양의 빵이나 열쇠고리, 인형, 볼펜, 기타 문구류 등 선비 관련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여 수능생들과 시험, 면접을 앞둔 사람들이 혹할 만할 것들을 기획하면 어떨까?

‘갓’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입혀서 ‘포토존’을 꾸민다거나 ‘선비길(장원급제길)’을 만들어서 그 길을 걸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테마 길도 엮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영주의 이름난 선비들의 글이 들어간 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선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으로 ‘새로운 선비상’을 만들고 신박한 선비 탄생을 위해서 새로운 도전이 거듭되길 바란다.

어떤 일이든지 음과 양은 늘 존재한다. 쓴소리는 새로움을 더하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잘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는 지역 성장을 더욱 발전시키는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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