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일연스님은 삼국유사 고조선기에 「古記 云 昔有桓國 庶子桓雄 數意天下 貪求人世 父知子意 下視三危太伯 可以弘益人間. 乃授天符印三箇 遣往理之.....」라고 환국과 배달, 조선의 역사를 기술하였다. 그러나 사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단군조선을 신화로 인식하는 등, 우리 상고역사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한자漢字에는 그 음이 표기되지 않아 과거에 어떻게 읽혔는지 알기 어렵다. 훈민정음이 반포되기 이전의 우리말의 음은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두吏讀나 구결口訣을 사용해 한자만으로 부족한 우리말을 표기했었다. 온전히 소리를 적은 글자가 없으니 우리는 사서에 적힌 명사들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환국, 배달, 조선, 구려 등의 국명은 물론 요수, 패수, 낙랑, 평양 등의 강과 땅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다.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언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수다. 다행히 최춘태 박사의 갑골문 음운연구를 통해 삼천 년 이전 동이족 언어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있다.
현대 중국어로부터 음운의 변천을 거슬러 추적하면 과거 시대에 글자를 읽었던 음을 알 수 있다. 고한어(古漢語)는 수나라 이후를 중고한어, 그 이전 주周나라 이후의 것을 상고한어로 나누는데 상나라 시대의 언어를 포괄하지 못한다. 상나라가 동이족으로 중국의 화하족과는 언어가 달라 다른 음운체계로 변천했다.
이런 이유로 고한어 연구는 주나라 이전의 음운을 밝히는 데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상고한어의 연구성과로 밝혀진 음가를 바탕으로 고한국어의 음운변천을 추적하여 주나라 이전 상고시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갑골음 연구다. 이를 통해 동이족의 언어와 그 역사를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엄밀한 연구를 통해 재구한 바에 의하면 朝는 “ᄀᆞᄅᆞ”, 鮮은 “ᄉᆞᄅᆞ”로 읽혔다고 한다. 합쳐서 조선(朝鮮)은 “ᄀᆞᄉᆞᄅᆞ”였다. ᄀᆞᄅᆞ와 ᄉᆞᄅᆞ의 동음이 생략된 것이다. 조선을 이은 고구려 또한 갑골음으로는 “ᄀᆞᄉᆞᄅᆞ”였다. 高는 “ᄀᆞᄅᆞ”로 읽히다가 “ᄃᆞᄅᆞ”로 변천했다. 높다는 뜻이다. 고구려는 高(ᄀᆞᄅᆞ)句(ᄀᆞᄅᆞ)麗(ᄉᆞᄅᆞ)로 “ᄀᆞᄉᆞᄅᆞ”를 표기하기 句를 겹쳐 적었다. 장수왕 이후에는 高麗로만 표기했다.
그뿐인가 우리 민족의 뿌리를 예족이라 한다. 獩, 穢, 濊 등으로 불리된 예족의 ‘예’자가 모두 “ᄀᆞᄉᆞᄅᆞ”로 읽혔고 현재 일본을 뜻하는 왜倭도 ᄀᆞᄉᆞᄅᆞ였다. 백이와 숙제의 고향이라는 고죽국의 孤竹이 노령蘆嶺과 낙랑樂浪으로도 불렸다고 했는데 갑골음이 모두 “ᄀᆞᄉᆞᄅᆞ”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이런 방식으로 재구된 갑골음으로부터 한국어의 음운변천을 추적하면 현대 우리말, 일본말과 정확히 연결된다.
“ᄀᆞᄅᆞ”는 둥근 것을 뜻한다. 둥근 것 중의 으뜸은 해와 달과 별이다. ᄀᆞᄅᆞ가 ᄃᆞᄅᆞ로 변천해 달이 되었고 해를 뜻하는 ᄀᆞᄅᆞ가 ᄂᆞᄅᆞ로 변천한 것이 日이다. ᄀᆞᄅᆞ가 연음되면 ᄀᆞᆯ인데 여기서 ‘ㄱ’이 탈락해 ‘알’이 되었다.
눈깔, 대갈통 등의 합성어에는 갑골음의 원형이 많이 남아있다. 조선의 도읍이 아사달인 이유가 명백하다. ᄀᆞᄉᆞᄅᆞ에 읍성을 의미하는 ᄃᆞᄅᆞ가 붙어 ᄀᆞᄉᆞᄃᆞᄅᆞ가 되는데 이 ‘가사’+‘다라’가 되어 다시 변천해 “아사달”이 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아스타나”도 아사달과 같은 음운변천을 겪었다고 보면 흉노족도 ‘가사라’ 족속이다.
민족이 분화되며 “ᄀᆞᄅᆞ”와 “ᄉᆞᄅᆞ”가 분리되어 가야와 신라로 발전했다. 신라는 “ᄉᆞᄅᆞ”였다. 사라를 적은 것이 “斯盧”등 다양했던 것이지 국명이 바뀐 적이 없었다. 신라가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에서 왔다는 기록은 그냥 레토릭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자로 東京이라 적고 갑골음으로 읽으면 “ᄉᆞᄅᆞᄇᆞᄅᆞ”즉 ‘서라벌’이다. 東이 “ᄉᆞᄅᆞ”다. ‘사라’가 ‘새’로 변천했다. 샛바람은 동풍을 뜻한다. 고려 태조 왕건이 복속된 신라의 도읍을 동경이라 했다고 하나 신라가 망하기 전에도 東京으로 기록한 사료가 있다.
한국 강단사학자들이 한반도 남부 가야지역을 임나일본부가 지배했다고 주장한다. 이른바 任那日本附設이다. 그러나 갑골음으로 재구하면 任那는 “ᄆᆞᄀᆞᄅᆞ”다. “ᄆᆞᄅᆞ”와 “ᄀᆞᄅᆞ”가 합쳐진 말이다. “ᄆᆞᄅᆞ”는 우리말 “물”의 어원이고 일본말 “미즈水”의 어원이다.
임나는 요즘 말로 ‘물 건너 한국’이다. 일본의 나라가 임나인 것이다. 일본이란 나라 이름도 “ᄀᆞᄉᆞᄅᆞ”로 읽히니 우리 조상들이 건너가 세운 나라인 것이다. 일본어에 갑골음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는 일본어가 옛 동이어와 같은 받침이 없는 개음절어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의 음이 중복되나, 그 시대에는 중국어나 티베트어처럼 고저와 장단이 있어 구별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글자의 음이 변하면 원래 소리에 가까운 다른 글자를 쓰거나, ‘고구려’의 예처럼 같은 소리가 나는 글자를 겹쳐 적어 음가를 적었는데 이것이 이두의 원리라는 것이다. 한자 자체가 동이족의 말을 기록한 것이며 천자문의 하늘天 따地의 하늘이나 땅이 天地의 훈이라기보다는 그 자체가 우리말 음가였다고 보는 것이 갑골문연구원 최춘태 원장의 관점이다.
환.단.배달에서 시작된 조선과 고려와 한국과 일본으로 분수처럼 솟구친 예족의 역사가 갑골음 연구로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