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진한 사랑을 모아 크고 따뜻한 사회를 그리다”

'2022년 자랑스러운 경상북도민상' 수상
'2022년 자랑스러운 경상북도민상' 수상

여성과 아이를 위한 지역단체로 탈바꿈

더 나은 우리 고장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

“나무 한 그루가 숲을 이루듯 작은 것에서 큰 것이 만들어진다” 가톨릭 수녀원장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더 테레사가 남긴 말이다. 세상을 위해 일하는 것에 대한 열망과 자비심이 깊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는 그녀는 1950년대 후반부터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취약계층을 돕기 시작해 많은 나라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며 자신이 남긴 말을 봉사로써 증명했다.

봉사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힘을 바쳐 애씀’이라고 표기돼 있다. 우리는 보통 봉사활동에 무게감을 느낀다. 교과서나 사전에나 나올 법한 성인(聖人)을 두고 자주 등장하는 단어여서 더욱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심리학에서는 인간은 본인을 본능적으로 우선시한다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타인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이나 사회를 위해 애쓰는 이들이 우리 주변 곳곳에 있다. 우리 고장에도 스스로 봉사하기 위해 모인 단체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지역 여성의 권익과 지역발전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영주시여성단체협의회’의 다양한 활동이 지역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다.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음에 감사

권서영 회장
권서영 회장

영주시여성단체협의회에서 처음으로 추대돼 회장직을 연임하고 있는 권서영(66) 회장은 안동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다.

대구에서 웨딩사업을 했던 권 회장은 29년 전 가족들이 살던 영주로 이사를 와서 문정동에 위치한 가든형 레스토랑 ‘작은행복’을 지금까지 운영해 오고 있다.

웨딩사업을 했던 경험을 살려 그곳을 야외 웨딩공간으로도 활용 중이다. 이 공간을 통해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해외이주여성에게 결혼식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종종 선물하기도 한다.

대구에서 사업을 할 때도 신부 화장을 담당했을 만큼 그녀는 본인의 손재주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영주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2011년에 정식으로 화가가 됐다. 지금은 캔버스보다 옷이나 가방, 스카프 등 섬유 위에 그림을 그리는 패브릭 페인팅을 즐겨하고 있다. 가흥1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 위원장이기도 한 그녀는 아이들 배냇저고리와 베개에 그림을 그려 가흥동에서 출생신고를 한 아이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한다.

노래에도 취미가 있어 우리 고장에서 열리는 노래자랑 무대에 종종 서기도 했는데 그 현장을 본 영주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식으로 노래교실 진행을 요청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노래를 가르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작은 재주지만 선물을 전달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삶의 원동력이 채워져 내 삶이 오히려 풍족해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여성단체회원 한마음대회' 현장
'2023년 여성단체회원 한마음대회' 현장

고령을 위한 단체에서 가정을 위한 단체로

2021년 여성단체협의회 18대 회장으로 취임한 권 회장은 현재 19대 회장이다. 주변 사람들의 적극적인 추천과 권유로 재임을 결정한 것이다. 회장으로 추대받은 것도, 연임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영주시여성단체협의회에선 최초라며 자신이 맡은 자리의 중함을 크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중앙 및 도단위로 조직돼 있는 단체의 여성만 가입할 수 있고 현재 소속돼 있는 회원 모두 각자 소속된 단체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은 현재 사단법인 아이코리아 영주지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18개 단체와 6명의 명예회원으로 이뤄진 협의회는 정기적으로 ‘여성단체회원 한마음대회’라는 이름으로 체육대회를 열어 소통과 화합을 도모할 정도로 결속력이 좋다. 아이들과 여성을 위한 사업은 물론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양성평등 교육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경북도 내에서도 가장 모범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로 유명하다.

권 회장은 취임하고 나서 협의회를 아예 뒤엎겠다는 각오로 협의회를 꾸려왔다고 했다. 특히 사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그녀가 8년 전부터 자꾸만 줄어드는 지역 인구에 마음을 쓰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특히 영주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시작한 일이 앞서 언급했던 배냇저고리와 베개 선물이다. 다자녀 가구에 지원하기도 하고, 그간 그려왔던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어 얻은 수익금으로 아기용품을 구매해 기부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왜 이렇게까지 인구문제에 대해 걱정하냐며 그녀를 질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과 손자가 사는 세상에서도 영주가 없어지지 않고 굳건하게 존재하기를 바란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본래 여성단체는 노령인구에 집중된 사업을 진행했으나 권 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는 아이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선배들이 하던 사업을 백지화시켰다”며 영주시드림스타트와 함께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각종 체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즐거워하던 모습이나 드림스타트로 걸려 온 감사 전화 등을 회상하기도 했다.

'전통음식 체험교육' 현장
'전통음식 체험교육' 현장

가정을 꾸린 여성을 위한 움직임

영주시여성단체협의회가 아이들을 위한 사업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체의 이름에 걸맞게 지난 11일에는 엄마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체험활동을, 지난 4월에는 고부관계 개선을 위한 교육과 체험을 진행하는 등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에게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전통음식 체험교육도 계획해 지역여성의 복지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권 회장은 사업에 필요한 교육을 위해 자기 계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 그녀는 이제 나누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체험활동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제빵과 식치(음식으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식이요법)를 배우면서 남을 도우며 자신을 돌보는 진정한 상호 이타적인 삶을 실천 중이다.

그녀가 계속해서 주도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고부관계 개선을 위한 교육인데, 함께 사는 고부관계가 드물기 때문에 물리적 거리로 인한 소통의 부재나 단절을 어른이 나서서 이끌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딸처럼 생각하는 며느리 덕분이라고 덧붙였는데, 그녀는 며느리를 이름으로 부를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더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남끼리 함께 사는 가족이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인연인지 모른다”며 “이런 소중한 인연은 어른이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고부관계 관련 사업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봉사할 수 있는 원동력, 가족

권 회장의 가족 사랑은 남달랐다. 아들 내외가 “우리 집의 기둥은 어머니”라고 말할 정도로 존경을 표시하고 있고, 손주들도 그녀와 만날 때면 늘 포옹과 함께 인사한다며 가족 간의 애정이 두터움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러면서 “자녀와 손주들이 여기 모두 살고 있으니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살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그녀가 계속해서 선행을 베풀고자 하는 이유였다. 권 회장의 이 같은 소신과 강한 신념은 2021년 행정안전부 장관상, 2022년 경상북도 도민상 등 수상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권 회장의 작품
권 회장의 작품

나이가 더 들면 예쁜 빌라 하나를 지어 사돈도 함께 대가족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큰 꿈이라고 말하는 권 회장의 미소엔 가족에 대한 사랑이 가득했다. 그녀는 가정에서 가득 채운 사랑을 사회에서 베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평생 함께해 온 그림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않을 것”이고 “내 인생은 항상 그림과 함께”라고 말하며 후배 양성에 대한 열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누구든지 배울 의지가 있는 사람이면 열과 성을 다해 가르치고 싶다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여태껏 함께해 온 그림과 음악으로 노후생활을 향유하며 자신이 행복한 만큼 주변도 행복했으면 하는 것이 그녀의 바람이다. 또한 임기 동안 함께했던 임원들과 주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하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 괜찮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사랑을 나누면 더 많은 사랑이 생긴다. 작은 움직임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이곳저곳을 먼저 돕는다면 분명 세상은 밝아지고 맑아질 것이다. 그것을 몸소 증명하고 세상을 떠난 테레사 수녀가 있지 않은가.

이기적인 행동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가르치는 각박한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는 다시 한번 인간의 근본적 욕구인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역발전을 위하는 단체들이 사랑으로 키운 한 그루의 나무가 우리 고장의 어둡고 소외된 곳에 뿌리내려 서로 사랑하며 돕는 따뜻한 숲으로 커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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