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시인)
여름, 앵두
-최휘
앵두가 온다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온다
다다다다 다 같이 뛰어온다
온몸에 땡볕을 널어놓고
온몸에 빨강을 칠해 놓고
홍홍 웃으며 매달려 있는 앵두
츱츱 침이 고이는 앵두
앵두야 하면
응응응응응응
대답하며 달려오는 앵두
-앵두의 근황
봄의 연두와 초록을 넘어 “온몸에 땡볕을” 넌, “온몸에 빨강을 칠”한 앵두가 가지가 휘도록 익어가고 있습니다. 땅에 닿을 듯 늘어진 앵두를 따 먹던 그때부터, 잠들었던 유년이 다닥다닥 되살아납니다. 혀 안에 배어드는 새콤달콤한 맛. 앵두를 바라보는 두 눈이 말랑해지고, 앵두를 문 입이 연하게 웃습니다.
앵두 하나 끌고 와서 물음 하나 던져 봅니다. 앵두 한 알 입에 물고 생떼도 한 번 부려봅니다. 우물가에, 마당 한 귀퉁이에 어김없이 서 있던 예전과 달리, 우물가도 마당도 보기 드문 지금은 앵두나무조차도 추억을 소환하는 사물로 남게 되는 걸까요. 동시 속 앵두만 “나는 앵두다 소리치며” 뛰어와서 조르륵 매달리니까요.
피천득 수필가는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라고 했지요. 앵두 같은, 어린 딸기 같은 아이들이 5월 속에 서 있습니다. 5월을 지나는 아이들 마음속에는 또 무엇이 저토록 빨갛게, 어깨동무한 친구처럼 익어가고 있을까요.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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