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기는 나의 힘, 풍기의 아름다움을 다시 한번 살리고자 합니다”

풍기역 주변 모습
풍기역 주변 모습

풍기에서 도시재생의 가능성 발견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생기로운 지역 꿈꿔

늙는다는 것은 비단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슬픔은 아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과 더불어 도시 또한 탄생하고 발전했으며 이제는 늙어가는 도시가 인구 고령화처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우리는 도시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주택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신도시와 신시가지를 개발하면서 구시가지는 젊은 인구 유출로 정주 인구가 감소했고, 지금 우리 고장 영주에서도 ‘인구 10만’이라는 숫자를 우려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이러한 연유로 정부와 지자체가 추구하는 방향은 개발에서 지속가능성으로 넘어왔다. 사람을 키우기 위한 교육과정이 바뀌듯 도시를 발전시키기 위한 패러다임도 재개발이나 재건축 중심에서 원주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도시재생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재생 정책연구는 당시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속 연구원에서 도시재생사업단을 출범시키면서 2007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됐다. 이들의 연구로 도시재생 관련법인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2013년 6월 공포됐다.

지난 24일, 영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가 풍기읍 도시재생 주민제안공모사업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 주민제안공모사업은 국토교통부 도시재생사업 공모를 위해 풍기읍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고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창의적인 사업 발굴 육성을 위해 추진되고 있다.

센터는 지난 3월 영주시민과 생활권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공모를 통해 4개 단체를 사업대상자로 선정했는데, 이 단체들은 풍기 발전을 위해 늘 골몰하는 풍기읍 도시재생주민협의회에서 빚어낸 결과물이다.

풍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모인 이들

지금 풍기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고장의 대표적인 향토기업 정도너츠 대표 황보준(51) 씨가 지난해 11월 풍기읍 도시재생주민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풍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지난해 12월 ‘3대가 함께하는 주민화합문화제’를 시작으로 지난달 6일과 7일에는 ‘풍기벚꽃나드리’가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황보 회장은 영주의 명물이자 이제는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정도너츠’의 2대 대표이다.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난 그는 9살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아버지의 고향인 영주로 왔다. 힘든 시절을 이겨내며 분식점을 차린 부모님 밑에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일했다. 예체능 계열을 더 공부하고 싶었으나 가업을 물려주고자 하는 아버지의 뜻을 알게 돼 경북전문대학교에서 식품가공을 공부했다.

2009년 정도너츠를 상표등록하고 법인을 설립한 후 그는 서울에 위치한 전문 학원에서 프랜차이즈 경영 실무과정을 공부하면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2016년, 컨설팅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면서 전문성도 갖췄다.

사업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본업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 외의 무언가를 책임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황보 회장이 협의회장를 맡게 된 것은 풍기 발전을 염원하는 이들의 열정 가득한 도움 요청 때문이었다. 본사가 있는 땅인 풍기를 그냥 두면 안 되겠다는 지역에 대한 사랑도 취임을 결심하는 데 힘을 보탰다.

'3대가 함께하는 주민화합문화제' 현장
'3대가 함께하는 주민화합문화제' 현장

도시재생, 저출생 문제부터 해결해야

그는 풍기의 재생 지표를 늙어가는 도시 품에 안겨 문화생활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주목하고 있다. 그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협의회가 풍기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주최한 주민화합문화제에서 비롯됐다. 궂은 날씨로 쉽지 않은 행사였지만 느낀 바가 많았다고 한다.

공연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본인의 몫을 끝내면 자리를 금방 뜨리라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남아 어른들을 위한 공연까지 모두 즐기고 경품추첨 현장에도 참여하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낀 것이다. 풍기 아이들에게 놀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현재 어른들에게 맞춰져 있는 지역축제에 아이들을 위한 요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같은 생각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벚꽃나드리 현장에서 더욱 확신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참여도가 높았으나 변변한 먹을거리 하나 제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학교를 일으켜야 도시가 재생될 수 있습니다” 황보 회장은 행사에서 행복하게 뛰어놀던 아이들을 다시금 생각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도시재생의 근본적 목적을 위해서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그것은 곧 도시를 다시 살리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는 “장이 서면 걸을 때마다 어깨에 사람이 부딪힐 정도로 복작복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며 “텅 빈 길가를 보면 공허해진다”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풍기에 있는 초등학교를 합쳐 빈 건물과 터에 주말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학생 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현실이니 불가능한 생각은 아닐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저출생을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을 수 있고, 아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분석에서다.

협의회 장학금 전달식
협의회 장학금 전달식

사업을 이끄는 힘으로 도시를 이끌다

황보 회장은 여태껏 진행됐던 도시재생 사업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성공 사례를 잘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주민이 중심이 돼 이끌어야 하는 부담이 커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협의회 회원은 20명 내외여서 인원 충원이 절실하지만 참여하고자 하는 주민이 적은 데다 기존 회원들도 생업이 있다 보니 전력을 다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황보 회장은 물론 회원들 모두가 지자체의 적극적인 도움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의 사업가적인 면모는 도시재생을 위한 일에도 여과 없이 발휘되고 있다. 그는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상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뤄지고 있는 도시재생은 사실상 도시 재건축에 가깝다”며 “관광객 유치를 통해 관계 인구를 확보하고 귀농귀촌 인구까지 끌어들여 도시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가칭 ‘풍기 1번가’ 건물에 대해 열의를 보였다.

앞서 언급한 2013년에 발표된 도시재생 관련 특별법 시행으로 풍기역세권이 사업 대상 구역으로 결정됨에 따른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10월에 있을 국토교통부 도시재생뉴딜사업 공모 신청에 철저하게 준비하기 위함이다.

2023풍기인삼축제 때 운영한 '풍기읍도시재생협의회' 활동 부스
2023풍기인삼축제 때 운영한 '풍기읍도시재생협의회' 활동 부스

실제로 협의회는 지난해 열린 풍기인삼축제에서 풍기역세권에 바라는 주민들의 상권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대형카페와 영화관, 긴급의료센터 등 20가지 정도의 항목을 만들어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가 있다. 지역민에 대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황보 회장은 풍기역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지형적 요소와 교통편이 발달해 있어 역세권이 도시재생 사업 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권을 활성화해 수익을 내서 낙후된 곳을 재개발해 또 한 번의 도시재생까지 계획하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를 만들어 낸 전문 경영인의 면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저는 풍기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고즈넉한 일몰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화가 일어요. 많은 이들이 풍기의 좋은 점을 알아주고 함께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황보 회장은 인간 황보준의 미래를 생각할 때도 풍기의 발전을 꿈꿨다.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것이 다름 아닌 풍기와 그 지역민들이기에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 당연하다며 지역에서 사업하는 모든 이가 같은 생각일 거라고 소탈하게 말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라는 문구가 유독 빛나는 순간이다.

이병주 작가의 대하소설 <지리산>에는 ‘후퇴도 전진도 정체보다는 낫다’는 말이 등장한다. 인간은 정체돼 있을 때 가장 많은 박탈감을 느낀다. 그런 인간이 모여 사는 도시는 과연 어떠할까.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사는 우리가 계속해서 도시를 재생시켜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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