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가정의 달 5월이다. 5월은 기념하고 챙겨야 할 날이 많은 달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 상사와 직원 사이, 부부 사이 등 관계 속에서 그동안 소홀했던 이들과 정을 나눌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부족한 정이 어찌 물리적 보상으로 채워질까만, 마주할 기회 속에서 더 많은 이해와 배려가 허용된 달인 듯하다.

최근 주말마다 가족들의 나들이 모습이 눈에 띈다. 공공장소에서, 편의시설에서, 공원에서, 유적지에서 그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특히 젊은 부부일수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듯 보인다. 나들이객 중에는 삼대의 모습도 간혹 접하게 된다. 젊은 부부가 아이를 안고 그들의 부모와 동행하는 모습에서 현대판 효의 의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는 자녀에게 사랑을, 자녀는 부모에게 공경과 감사를 전할 때 효의 진정한 가치가 생성된다. 세대 간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에 삼대가 나란히 동행하는 모습은 본받을만한 풍경이기도 하다.

미디어의 발달로 가족 간 대화가 줄어들고, 부모 자녀 간 지켜야 할 예의마저 상실하는 현실이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예전에 가치 있던 일이 현재는 그 가치를 상실할 때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저출산 고령사회에, 부양해야 할 어르신은 늘어나는 데 그것을 책임져야 할 젊은이는 줄고 있으니, 앞으로 효 문화도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리라 본다. 효는 맹목적으로 자녀에게 강요할 일이 아니다. 예전의 효가 내 부모만을 섬기는 거였다면 지금은 주변에 계신 모든 어르신을 공경하고 존중하는 시대가 되었다. 효도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되고 있음이다.

가정의 달 5월은 내 가족뿐 아니라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달이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고립에 따른 우울감이 사회를 병들게 한다. 우리 이웃에는 적잖은 이들이 사회와 단절된 채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고립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에게도 가족은 있었을 터, 늘 이맘때가 되면 피붙이가 그리운 건 당연한 일일 테다. 우리가 주변을 살펴 세상으로부터 관심받지 못한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야말로 5월에 깃든 효의 진정한 의미를 되짚는 일일 테다. 더불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회로 거듭나는 길이기도 하다.

효는 사랑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를 향한 사랑이 건강한 가족을 만들고, 그 가족들이 모여 행복한 사회를 이룬다. 효는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시대 요구와의 괴리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효는 어렵고 힘든 게 아니다. 효 실천은 특별한 사람만이 행하는 게 아닌 누구나 마음만 있으면 실행이 가능하다. 시대에 맞는 효 문화가 대중 속에 스며들 때 진정 감동과 공감을 불러올 수 있다.

세상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은 효의 실천이다. 가족 이기주의 효가 사회 공동체로 나아갈 때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하고 행복한 효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다. 전통이란 후대에 내려줄 가치이고 전해 줄 의무이며 앞으로 이어갈 책임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효가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효는 전통과 관습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하나의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 감각에 맞는 효 실천은 건강한 사회로의 디딤돌이다.

효 문화도 시대 흐름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한쪽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우리가 익혀온 효는 순종과 복종으로 이루어진 수직적 관계의 효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호 존중과 배려로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적 가치를 담은 효라야 한다. 삼대가 어우러져 살아가기는 어려워도 아랫사람에 대한 웃어른의 격려와 칭찬이 공경과 감사로 이어질 때 효의 진정한 모습이 나타나는 것이다. 효는 강요한다고 일어나는 감정이 아니기에, 아무리 부모 자녀 사이라도 서로에게 나눌 최소한의 예의만큼은 지켜야 한다.

가정의 달을 강조한 나머지 자칫 독거노인이나 한부모 가정, 소년 소녀 가장에게 소외감과 박탈감이 느껴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작은 배려와 따뜻한 관심이 그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런 거다. 보듬고 살피며 관심을 기울일 때 함께 자라며 행복이 전해지는 것이다. 5월에 깃든 날들을 기억하며 효 문화 실천이 우리 사회에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는 달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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