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4월 11일은 22대 총선 결과를 확인하는 날인 동시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3·1 운동 정신을 계승해 일제에 빼앗긴 국권을 되찾고, 나라의 자주독립을 이루고자 중국 상하이에서 임시정부가 수립된 날인 1919년 4월 11일을 의미한다.

‘자주독립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는 의미와 ‘자유민주주의’로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105회를 맞이하는 동안 우리는 민주주의를 얼마나 수호하고 있을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자마자 맞이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인 만큼 의미를 새롭게 새겨본다.

이번 총선에는 아이들도 하지 않을 수준 이하의 거친 발언이 남발했는가 하면, 칼에 찔리고 돌에 찍히는 정치 테러와 선거판을 흐리는 ‘극단 유튜버’가 등장할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민주주의로 가는 과정이라 하기에는 다소 거칠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권자가 원색적이고 부정적인 정보에 눈과 귀가 먼저 쏠리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를 결코 더 좋아하진 않는다는 것을 묵과한 것은 아닐까.

‘선거’가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는 정치권력의 강력한 견제 수단인 투표를 통해서 고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서 기대치만큼 우리의 꽃은 잘 피웠는가? 혹은 잘 피고 있는가?

이번 선거는 사전투표 첫날 기준 역대 총선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투표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투표를 해야 정치도, 미래도 바꿀 수 있다는 자주적 의식으로 읽힌다. 선거를 앞두고 온갖 예측들이 난무했다. 이제 억측은 필요 없으며 선거는 끝났다. 후보자와 지지자들 사이에 끈끈한 감정의 연대가 전체를 아우르는 일체감으로 통일돼야 할 때이다. 결과를 통해서 이번 선거에서 확인된 것이 무엇인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편 가르기 하지 말고 ‘분열’이 아닌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선인은 뜨거웠던 다짐들을 잊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주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정치는 우리 삶에 매우 중요하고 밀접한 연관이 있다. 정치적 변화가 있어야 우리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는 건 대부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면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에 정치는 사회변화의 가장 빠른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주지해야 할 것이 또 있다.〈사회계약론〉에서 장자크 루소는 이렇게 말했다. “영국인들은 스스로 자유롭다고 믿지만 그것은 큰 착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을 뽑는 동안이다. 선거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노예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이 비판에 마음이 찔리지 않은가. 그러니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치를 향한 관심의 등불을 끄지 말아야 한다. 공약이 잘 실행되고 있는지 매의 눈으로 잘 살피고 지켜보아야 한다.

선거의 뒷심이 잘 발휘되고 있는지, 선거의 꽃은 지지 않고 계속 꽃등을 밝힐 수 있는지의 여부는 오롯이 시민의 몫이다. 선거는 끝났지만, 그 영향은 우리 삶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 민주주의 꽃은 끊임없이 피어나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대화’와 ‘타협’은 중요한 덕목이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세대로 갈리는 분열과 갈등을 하나로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 있다. 바로 뒤늦은 후회가 따른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정치도 바뀔 것이고, 우리의 의식이 바뀌는 만큼 정치도 바뀔 것이다. 그러니 정치인들만 문제가 있다고 싸잡아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이번에 부족했던 점이 있었다면 다음에는 채워야 한다.

이번 선거가 마지막은 아니다. 선거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간절한 마음으로 투표를 한 이유는 차고 넘치겠지만 집약하면 ‘민생 안정’, ‘정권 안정’으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일 것이다. 우리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의 마음은 당선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선거 때 공손하게 허리를 굽혔던 간절한 마음 변치 않길 바라며, 모두가 행복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화답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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