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바람직한 사회를 꿈꾸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러기에 자신의 욕구가 반영된 이해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정치란 이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부터 부여받은 권력을 행사하고 유지하기 위한 통치행위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드디어 선거가 끝났다. 어느 때보다도 이번 총선 정치판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권력 대립이 치열했다. 영주 봉화 영양 지역도 전통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한 곳이라 전국적인 분위기에 비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름 치열하게 대결을 펼쳤고, 유권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귀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당사자나 유권자들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선거 결과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낙선자 측에서 당선자들을 향해 유권자들이 잘못된 선택을 했다느니 시민들의 정치적 의식이 어떠니 볼멘소리하는 것은 지극히 어리석은 처사이다.

엄밀히 말하면 대다수 시민이 당선자가 제시한 정치적 비전에 관심이 있고 또 시민 자신들의 이해관계 특히 심리적, 정서적 이해관계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결과 당선된 것이고, 반대로 낙선자가 제시한 비전과 공약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이 당선자에 비해 많지 않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좌파가 우파를 비난할 이유도 없고 우파가 좌파를 비난할 이유도 없다. 민심이 그러하다고 받아들이면 된다.

당선자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자 한다. 당선자는 명실상부하게 시민들로부터 정치적 권력을 부여받아 시민들과 영주지역을 위해 그리고 국가사회를 위해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해야만 하는 시민의 대표가 되었기에, 대표 시민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

첫째, 공약을 실천해야 한다. 공약은 말 그대로 시민들에게 공적으로 약속한 사항이다. 이런저런 구실을 빌미 삼아 공약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대표 시민이 되는 것이고 영주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일지라도 당선자가 공약을 실천하려고 할 때 당선자의 노력을 인정해 주고 비판할 거리가 있으면 비판은 하되 발목을 잡는 비난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시민들이 합력해 공동선을 이룰 수 있도록 대승적인 마음을 가지길 바란다.

둘째, 대표 시민은 토인비(A. J. Toynbee)의 말을 빌리면 창조적 소수자(creative minority)가 되어야 한다. 토인비는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라는 책에서 한 사회가 승화하고 발전하는 힘의 원천은 창조적 소수자에 있다고 말했다.

사회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 직면하게 되는 중요한 문제는 경제적일 수도 있고 정치적일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도전은 한 사회 안에서 만들어진 내적 문제이다. 창조적 소수자가 내적으로 새로운 문제에 부딪혀 도전받을 때마다 창조적 역량을 발휘해 문제 해결의 길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응전할 때, 사회가 성장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셋째, 그런데 문제는 그 사회의 대중 대다수가 창조적 소수자의 비전에 따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다수의 대중이 창조적 소수자의 비전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요인은 창조적 소수자에 대한 미메시스(모방, mimesis)이다. 미메시스는 창조적 소수자의 모범이 사회적 훈련을 통해 전달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

대중이 창조적 소수자를 모방하는 까닭은 소수자가 사회의 잇따른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창조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대표시민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푯대를 세우고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범을 보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