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걸으며 자연도 느끼고 건강도 챙겨요”

자연을 가르치며 자연에게 건강 선물 받고

우리고장 관광산업 발전 ‘맨발로’ 다가서다

모든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문명이 시간을 타고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요즘, 우리는 살아있는 자연보다 두꺼운 시멘트로 만들어진 공간 안에서 숨 쉬는 것에 더 익숙해졌다.

세워지는 건물이 많아지고, 그 건물이 계속해서 높아질수록 인간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을 숨길 수 없는 모양이다. 계속해서 거세지는 웰빙 바람이 그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 웰빙 바람을 한층 더 단단하고 거세게 키우는 것이 있다. 요즘 열풍이라는 ‘맨발걷기’가 그 주인공이다.

문수면 적동리에 들어서면 봄맞이에 한창인 자연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한아름 안아준다. 굽이치는 골목 사이를 봄이 움트는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주변은 수선화나 튤립같이 눈을 즐겁게 하는 꽃부터 딸기처럼 수확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작물까지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이곳은 노년의 건강한 여생을 책임지는 요양시설 ‘문수효마을’이다.

이곳을 운영하면서 우리 고장 영주에서 맨발걷기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김원택(61) 대표를 찾아 흙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연을 가르치는 교사에서 치유하는 지도사로

경북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약 30년간 대영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부생 시절 느꼈던 야생화와 약초의 강렬한 이끌림을 잊지 못해 대구한의대에서 산림비즈니스학을 공부해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의 자연 사랑은 유별났다. 교사 재직 시절에도 야생화와 트래킹 관련 동아리를 만들어 숲에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을 줬다.

김 대표는 2018년 교사로서 마침표를 찍고 아내 이남희 씨가 활동하고 있던 영주문화연구회에 합류했다. 영주문화연구회는 영주지역의 인문학적 요소를 발굴하고 알리는 단체로 향토의 예술·문화 진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많은 지역축제와 문화행사를 주관하고, 생태관광아카데미를 개설해 지역 관광개발을 위한 인적 자원 확보에 노력함은 물론 인문학 강좌와 각종 토론회를 열어 시민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2020년이 되던 해 김 대표는 영주문화연구회 회장직을 일임받아 영주의 향토 문화 발전을 위해 활동했는데 이는 ‘소백산자락길’ 추진위원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약한 공이 컸다고 밝혔다. 여기서 산림에 대한 그의 진한 애정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소백산자락길’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생태탐방로’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숲길이다.

이후 2012년부터 김 대표는 소백산자락을 한 바퀴 감아 도는 길인 소백산자락길을 걷는 ‘동무삼기’ 프로그램을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김 대표가 맨발걷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느끼다

대구한의대에서 산림치유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산을 자주 찾았던 김 대표. 우리 고장 영주의 중요한 생태자원이자 관광자원이 된 소백산자락길을 활성화하는 데에 이바지해 온 그는 피톤치드와 백색소음과 같은 산림환경 요소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산림, 더 나아가 자연에 욕심과 애정을 계속해서 키워나갔다. 이런 노력은 영주 시민과 영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지역 자연을 더 건강하게 선물하기 위한 맨발걷기의 시작을 열 수 있게 했다.

김 대표는 신발을 신고 걷는 것보다 맨발로 걸을 때 짧은 시간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은 맨발로 땅을 밟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거부감을 드러내는데 맨발걷기의 경우 신체적인 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일단 한번 맨발로 걸어본 사람은 지속해서 꾸준히 하려는 의지를 내뿜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맨발걷기 체험 현장은 흙의 맛을 제대로 느낀 관광객들의 반응으로 늘 뜨겁다고. 맨발로 땅을 딛어 온전히 받아들이면 발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온몸에 그 열기가 돌아 솟구치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맨발걷기의 효능은 확실하다고 김 대표는 자신 있게 말했다. 국립산림치유원에서 근무하는 산림치유지도사가 고혈압으로 골머리를 앓다가 맨발걷기를 통해 정상 혈압 수치를 보게 됐고, 같은 동네의 이장도 일평생 농사를 짓느라 망가진 몸을 맨발걷기로 회복하고 있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맨발로 걸어야 알 수 있는 것들

김 대표는 맨발걷기를 생물학과 접목해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며 여러 자료를 펼쳐 보였다. 맨발걷기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강조하고 싶은 것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지압 효과이다. 그는 “발바닥에는 64개의 지압점이 존재하는데, 맨발로 땅을 걸음으로써 그 지압점들을 자극해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장기를 일깨워준다”고 강조했다. 또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녹이 스는 것처럼 신체도 똑같다”고 설명한 뒤 “맨발걷기가 온몸 구석구석 활기를 돋게 한다”고 덧붙였다.

둘째, 어싱(earthing, 접지) 효과는 일반 걷기와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장점이다. 우리 몸에는 양(+)의 전하를 띤 활성산소가 있고 땅에는 음(-)의 전하를 띤 자유전자가 있는데, 맨발 걷기를 하면 땅에 있는 자유전자를 받아 몸에 있는 활성산소가 중화된다. 활성산소는 과도하게 생성되면 세포를 파괴하여 염증을 유발한다. 때문에 적절한 활성산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땅은 전자의 보고다. 우리가 늘 신고 다니는 신발은 고무로 돼 있어 절연체 역할을 해 땅속의 전자를 차단한다. 그러므로 맨발걷기는 중요하다고 김 대표는 강조한다.

셋째는 펌핑(puming) 효과이다. 흔히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발의 아치 때문이다. 몸속의 혈액은 동맥을 통해 내려가고 모세혈관을 통해 조직과 장기로 퍼지며, 그 후 정맥을 통해 다시 올라가 순환된다. 그러나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은 없기 때문에 혈액이 올라갈 수 없어 몸에서 도와야 한다. 이 역할을 아치가 한다.

우리는 걸으면서 아치를 써 혈액이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도울 수 있다. 말 그대로 혈액을 펌핑하는 것이다. 혈액순환이 원활하면 혈액의 점성에서도 차이가 난다. 혈액이 묽어져서 쉽고 빠르게 순환된다. 김 대표는 “산사태가 나면 자동차가 가지 못하는 것처럼 혈액이 순환돼야 공급과 배출이 잘 된다”며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는 것은 집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것과 같다”고 혈액순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맨발로 땅을 밟는 만큼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김 대표는 예상치 못한 부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검증된 길을 걷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파상풍 예방접종도 권고하고 있다. 특히 당뇨 질환자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리해서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거리를 걸으려고 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김 대표는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를 권장하고 있다.

맨발로 거닐며 본 영주

김 대표는 맨발걷기에 최적화된 곳이 바로 내성천 모래밭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내성천은 우리나라에서 모래밭이 가장 발달한 하천으로 유명하다.

앞서 김 대표가 내세웠던 맨발걷기의 효과 중 하나인 어싱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나는 곳이 바닷가 모래밭이다. 물은 전해질이 풍부해 전기가 훨씬 잘 통하기 때문인데, 맨발로 걷기에 안전한 모래밭과 함께라면 금상첨화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내성천 모래밭은 시민들이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가까이서 맨발걷기 효과를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김 대표는 내성천이 독일 칼스루에 공대 교수이자 국제적인 하천학자인 한스 베른하르트가 반드시 보존해야 할 하천이라고 극찬한 바가 있는 훌륭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현재 시에서 지원하는 영주시티투어에 ‘은빛모래밭걷기’라는 이름으로 이곳에서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 걷기 체험이 활성화되어 많은 이들이 함께 즐기고 건강을 챙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소백산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싱그러움을 최대한 많이 알리고 싶은 것이 그의 소망이다. 내성천과 소백산자락길을 떠올리고 소개하는 얼굴에선 내내 자연과 걷기에 대한 사랑이 봄꽃처럼 피어났다.

자연을 공부해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제는 자연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건강을 전달하려는 김원택 대표는 현재 아내와 함께 운영하고 있는 요양시설 ‘문수효마을’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시설 이곳저곳에 가득한 꽃과 나무들은 모두 김 대표가 손수 키우고 있다. 꽃과 열매로 어르신들의 추억을 깨우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건강을 지켜드리고 싶다는 김 대표.

인간은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늘 되뇌며 우리 모두가 자연의 품 안에서 평온하고 화평하길 바라는 그의 뜻이 우리 고장 곳곳에 좋은 관광자원으로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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