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께 행복을 드리는 ‘행복선생님’을 아시나요”
‘행복선생님’은 어르신 복지 전문인력
건강과 복지 모두 챙기는 책임감 ‘충만’
봄이 오는 소리로 소란스러운 요즘, 우리 고장 곳곳에도 꽃이 피고 있다. 특히 다시 피는 꽃들의 웃음소리가 밝다. 흔히 봄은 시작으로, 겨울은 끝으로 비유된다. 그러나 계절은 반드시 돌아온다. 계절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자연의 이치를 피할 수 없다. 인생이라는 긴 사계절을 보내고 다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노년이 있다. 그리고 그 봄을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행복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행복선생님’이 뭐냐면요
‘경로당 행복선생님’은 초고령화시대의 어르신 복지정책 중 하나로,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되고 있는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의 건강, 여가, 교육, 복지를 아우르는 현장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시범 사업 당시 ‘경로당 행복도우미’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부터 그 명칭을 ‘경로당 행복선생님’으로 바꿨다. 이들은 노인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세 가지 역할을 맡는다.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 코디’, 말벗이 돼 안부와 안전을 확인하는 ‘복지 코디’, 경로당 시설을 정비하고 행정 회계와 생활 방역 등을 지원하는 ‘경로당 코디’가 그것이다. ‘행복선생님’은 이같은 역할들을 모두 수행하면서 어르신들의 복지를 열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 고장 영주에서 경로당의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행복선생님’은 30대부터 60대를 모두 아우르는 연령층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행복선생님 20명, 문화와 체육 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파트강사 8명이 활동 중이다.
‘행복선생님’은 어르신에 대한 관심도, 참여도, 프로그램 진행 능력 등 공정한 심사를 통해 채용됐고 사회복지사, 상담, 레크레이션·생활체육 등 여가 관련, 건강 등 사업 수행과 관련된 자격증 소지자들이다. 파트타임 강사는 색소폰, 오카리나, 노래교실, 한궁, 국학기공, 스포츠댄스 등 문화·생활체육 관련 전문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한 자격을 갖춘 전문인력이다.
사업이 처음 시행될 때부터 지금까지 ‘행복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는 김남희(55)씨를 만나 어르신들의 일상에 봄을 전달하는 행복선생님의 일과를 들여다봤다.
사회복지사 공부를 하며 어르신 복지에 관심 쏟다
평범한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결혼 후 가정에 집중하며 우리 주변의 복지에 눈길을 돌리게 된 김남희 선생님은 ‘행복선생님’으로 활동하기 전에도 간간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고 사회복지에 대해 관심이 커지면서 어르신 복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열정도 뜨거웠단다. 심리상담사와 실버건강지도사 등의 관련 자격증을 더 취득하면서 전문성까지 갖췄다.
김 선생님은 “실제로 10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행복선생님도 계신다”며 존경의 눈빛을 반짝였다.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 하정옥 팀장은 “어르신들과 어떤 활동을 할지 모르니 다방면으로 최소한의 준비는 항상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의 하루는 행복선생님들과의 오전 회의로 시작한다. 이 회의에서 현장에서 경험하는 애로사항과 더 나은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피드백을 공유하고 있다. 오전에는 경로당을 열지 않기 때문에 어르신을 찾아가 일대일 상담도 갖고 있다.
어르신의 안부를 물으며 건강을 확인하고, 복지혜택을 안내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를 밟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을 최대한 많이 누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몸이 불편해 경로당을 나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집을 찾아가 간단히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오후가 되면 경로당을 방문하고 있다. 행복선생님 한 명당 총 20개소의 경로당을 담당해 하루에 3개소의 경로당에 계시는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경로당을 점검하는 날이면 4개소를 들리게 될 때도 있다.
경로당 맞춤형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영주1동 부용경로당은 문을 열기도 전부터 어르신들의 이야기꽃이 피는 소리가 들린다. 오후의 햇살만큼 따뜻한 분홍 조끼를 입은 김남희 행복선생님이 동그랗게 둘러앉은 어르신들 가운데서 어르신들에게 활기를 전하고 있다.
오늘의 수업은 혈액순환에 좋은 공 체조. 어르신들의 몸을 가볍고 신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흥겨운 노래와 김남희 선생님의 밝은 목소리이다. ‘한 번 더’를 외치는 어르신들의 얼굴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과 생기가 가득하다.
‘행복선생님’이 독단적으로 프로그램을 선정해 진행하지 않는다. 경로당마다 선호하는 프로그램이 있어 경로당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전문성을 위해 대한노인회 영주시지회에서 역량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행복선생님이 개인적인 자기 계발 활동을 갖기도 한다.
김남희 선생님은 “해가 바뀔 때마다 담당 경로당이 바뀌어 처음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서투르지만 함께 온전한 정을 나누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며 어르신들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경로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과 소통
“소외된 어르신들이 정부의 관심을 받는 것 자체가 좋죠” 김남희 선생님의 말이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내내 감사와 애정이 흘러넘쳤다. 행복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의 안전이라고 강조하며 아직도 가슴에 안타까움으로 품고 있는 어르신 이야기가 나왔다.
“98세인 어르신이 아픈 곳 없이 정정하셔서 댁에서 경로당까지 거리가 꽤 있었는데도 실버카를 밀고 오셨어요. 실수로 넘어져 골절로 요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더 이상 경로당에 나오지 못하셨습니다. 독서와 필사를 좋아하셔서 문예상도 받은 분인데 골절 하나로 일상이 멈춰버리는 게 안타깝죠”
어르신들은 작은 부상에도 회복이 더디고 힘들어 늘 주의해야 한다. 때문에 행복선생님은 자체적으로 CPR(심폐소생술) 훈련을 받는 등 안전 교육도 수료하고 있다. 요즘은 경로당을 입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해 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하는 김남희 선생님의 얼굴에서 안도의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김남희 선생님에게 안전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어르신들 간의 소통 조율이다. 어르신들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게끔 하는 것이 포인트다.
운동이나 체조와 같은 신체 활동부터 문예 활동과 같은 정신적 활동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만큼 어르신마다 체력과 관심사가 달라 중간 지점을 찾는다. 어르신들의 대화를 경청하며 원만한 경로당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행복선생님은 어르신들에게 행복을 드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경로당은 어르신이 쉬는 공간을 넘어서서 교육의 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자기 계발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저부터 많이 배워 어르신들께 많이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경로당을 나서는 김남희 행복선생님을 배웅 나오는 어르신들은 계속해서 고마움을 표현하며 작은 음료수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어 애달파했고, 그런 어르신들이 너무나 감사해 몸 둘 바를 모르는 행복선생님 사이에 따뜻함이 가득해 또 다른 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