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죽을 쑤며

                                     -이두의

 

옹골차게 맺혀있는 나를 먼저 허물어야

남의 속도 편안하게 풀어 줄 수 있다고

퍼지는 밥알의 뜻을 날깃날깃 받는다

 

Making Porridge

 

So tightly packed with something,

I first need to loosen up.

Then I might soothe and pacify

even the minds of other folks.

While stirring to loosen the rice grains,

I modestly take their meaning.

 

-짧은 시, 긴 생각

푹 퍼진 죽 한 그릇으로 속을 채우려는데, 잘 차린 구첩반상보다 혀와 마음을 독점합니다. “날깃날깃” 퍼지며 깨달음을 던지는 밥알들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렇듯 작고 평범한 것에서 오는 깨달음 때문일까요?

수시로 죽을 쑤면서도 “밥알의 뜻(What a Grain of Boiled Rice Means)”을 몰랐어요. 그러니 수시로 당신 말을 들으면서도 그 뜻 1도 모르며 살았겠지요. 거기다 “옹골차게 맺혀있는 나를 먼저 허물”었다는, “남의 속도 편안하게 풀어 줄 수 있다”는 착각까지 하고 살았던 날들을 얼굴 붉게 자성합니다.

웬 영어 번역까지 올렸냐고요? 일본의 하이쿠가 그렇듯이 우리나라엔 수 세기 동안 함께해 온 시조가 있습니다. 하이쿠는 일본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시조는… 그 설움 견뎌내면서 시조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영어는 물론, 약소하지만 스페인어 아랍어로 번역되기도 했고요.

자유로우면서도 정형을 지킨, 정형적이면서도 한없이 자유로운 시조를 한 번쯤 음미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것도 번역본까지 덤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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