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0일 총선이 10여 일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여권과 야권의 공천 작업이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모두 시스템 공천이라고 주장했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당내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 걸림돌이 되는 후보자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돼 버려서 어느 때보다도 잡음이 심했다.

또한 국민의 도덕적 담론이 크게 작용한 탓인지 과거의 비윤리적 언행이나 정서적으로 민심에 반하는 태도를 보였던 유명 정치인들이 갑작스럽게 공천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제는 여야 모두 시끄러운 공천 과정을 매듭짓고 유권자들의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어느 쪽이 과반의석을 차지하느냐에 온 국민의 귀추(歸趨)가 주목되고 있다.

우리고장 영주에서도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박규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은 후부터 선거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보수성향이 강한 영주·영양·봉화지역은 ‘국민의 힘’에서 누가 공천을 받느냐가 주된 관심사여서 대부분의 시민 사이에서는 이번 총선은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선거에 대한 민감도가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박규환 후보의 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과 임종득 후보자에 대한 공격성 발언으로 선거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오늘날 한국 정치의 모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2022년에 유행하기 시작한 팬덤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개인의 이익과 공공선을 조화시키기 위해 민심을 최대한 반영한 정책이나 입법행위가 이뤄지도록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정당이나 정치인들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에 의해 정치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민주주의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 상실돼 버렸다. 이같은 정치는 서로가 서로를 죽여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전형적인 공격성 정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별것도 아닌 문제들일지라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는 이슈들을 생산해 상대를 공격하는 감정 정치가 될 수밖에 없다.

‘태극기부대’와 ‘촛불행동’이 서로 만나지도 않겠지만 혹시 만나게 되면 어떤 대화가 오고 갈까를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정치 현주소가 어떤지 알 수 있다. 마구잡이식 선심공약을 남발해 유권자들의 표를 얻고자 하는 것도 감정 정치의 일환이다. 공약은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하는 것으로, 이는 정치적 주체들의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된 실현 가능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상식이고 이상적이지 않는가.

총선을 앞에 두고, 합리적 의사소통으로 민주주의 정신의 회복을 주장한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의 ‘부르주아 공론장’(Offentlichkeit) 이론을 소환한다. ‘공론장’은 정치적 규범과 의미가 생산되는 장소이다.

정치적 규범과 의미는 둘 이상의 존재 사이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고려하면서 의미 전달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이뤄질 때 형성된다. 정치적 주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자율적인 주체와 주체가 상호관계를 맺는 속에서 사회를 이끌어갈 합리적 권력을 창출하는 행동을 할 때 올바른 정치문화가 형성된다고 하겠다.

이같은 정치적 의사소통과정이 곧바로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선거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어떠하든지 간에 향후 정치적 교두보를 만들고자 혈안이 돼 있는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적 언어에 현혹되지 말고 우리 정치 주체자들에게 주어져 있는 신성한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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