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의 자전거 문화와 복지를 한 단계 더 높이다’

강충구·박향숙 부부
강충구·박향숙 부부
울진 구주령 정상에서 
울진 구주령 정상에서 

각종 자전거 관련 제도와 시설 확중 시책 제안

손 뻗을 수 있는 곳엔 무엇이든 도움 주고 싶어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영주서부초등학교 근처 길목에 자전거 가게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자전거들이 촘촘하게 세워진 입구의 가게 문을 열자, 자전거를 향한 사랑이 가득 쏟아졌다. 우연히 접한 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져 영주시자전거연맹 회장과 경북자전거연맹 부회장까지 역임했던 강충구(62) 씨가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가게 곳곳엔 자전거와 함께 한 시간을 기록한 사진이 가득하다.

우연한 계기로 자전거의 매력 발견

우리고장 영주에서 나고 자란 강 회장은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생계를 위해 타지로 나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시살이에 염증을 느끼고 1988년에 다시 영주로 돌아왔다. 그 후 온갖 종류의 버스를 운전하며 살다가 2003년, 지금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세탁소를 열었다.

평소 취미였던 등산을 즐기기 위해 찾은 산에서 우연히 마주친 산악사이클의 역동성에 홀려 바로 다음 날 자전거를 구매한 것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시초이다. 자전거의 매력은 그를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고 한다. 영주시자전거연맹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함께하는 회원들을 위해 자전거 구매 경로를 개척하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의 자전거 가게를 열게 된 계기다.

지역 자전거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다

강 회장은 경북자전거연맹과 영주시자전거연맹에 소속돼 많은 일을 해 냈다. 이를 증명하는 듯 자전거 브랜드 위아위스 공로패와 경북자전거연맹 감사패, 경상북도 도지사와 국회의원 표창장 등이 가게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

영주시자전거연맹 회장을 맡아 활동하던 동안에는 ‘영주시민 자전거 페스티벌’을 4회 이상 주관하기도 했다. 자전거의 매력을 많은 이와 함께하고 싶은 그의 열정이 오롯이 투영된 행사이다. 자전거에 관해 설명하는 그의 눈은 뜨거운 생기로 반짝였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자전거 대회에서 선수가 아닌 심판으로 활동할 때도 많았다. 이를 위해 교육을 받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연맹 회원들도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전국체전 사이클 종목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전국적인 인물로 부상하기도 했다.

동양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2009년 4월 산학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교육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해 운영했는데, 강 회장은 그중 영주와 풍기에 BMX(자전거의 한 종류이자 그 자전거를 이용한 스포츠) 경기장 건설을 제안하며 시민들에게 보다 더 좋은 자전거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노력했다.

이는 시민들을 위함이기도 하지만 영주시자전거연맹에 소속돼 있는 자전거학교 강사들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한 것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베풀고자 하는 강 회장의 배려와 사랑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영주시가 2015년부터 시책으로 추진 중인 영주시 자전거 보험 제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시에 강력하게 주장해 마침내 시행하기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누비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설명하며 그들에게 안전 교육 시행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강 회장은 “자전거는 페달만 밟을 줄 안다고 완벽히 탄다고 말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며 “주변을 잘 살피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교통 규칙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생업에 대한 열정 또한 넘쳐

강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가족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이 중학교 때까지 자전거를 열심히 타느라 친구를 만날 시간도 없었다고 강 회장의 아내인 박향숙 씨가 안타까운 미소를 보였다. 아들의 입상 소식에 서부초등학교 앞에 플래카드를 붙이느라 정신없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아내는 아들이 자전거를 그만둘 무렵인 2010년경부터 자전거를 시작했다. 이제는 남편보다 더 열심히 탄다. 자전거를 시작하고 난 뒤 일상을 괴롭혔던 허리 통증이 사라졌다며 자전거가 건강에 정말 좋다고 조곤조곤 말했다.

강 회장은 아내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2005년, 세탁기능사를 영주 시내 세탁업자 최초로 취득하기도 했다.

그는 세탁기능사 자격으로 세탁업의 전문성과 차별화를 노렸고, 한국세탁업중앙회 대구경북통합지회 영주시지부장을 맡아 동종업계 종사자들에게도 세탁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권했다.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돼 있던 2020년부터 시작해 3년간 지부장을 맡아 활동했던 강 회장은 시내의 세탁업소마다 체온감지기를 설치하기까지 했다.

특히 강 회장은 어르신의 복지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기존에 시가 제공해오던 노인목욕권을 목욕은 물론 이·미용과 세탁업소까지 이용할 수 있는 건강증진권으로 제안한 장본인이다. 덕분에 시는 2020년부터 노인목욕권을 ‘어르신건강증진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복지 혜택의 범위를 넓혔다. 2023년부터는 건강증진권을 어르신건강증진카드로까지 바꿔 편리성을 더한 시민 복지를 시행 중이다.

영주의 무궁한 발전과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

한 단락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늘 자전거로 돌아왔다. 강 회장은 “자전거를 타고 있노라면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죽을 것처럼 힘들지만 그때 가장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자전거를 타고 매일 스치는 계절이 새로워 1년이 너무나 빨리 도망간다”고 자전거 예찬론을 펼쳤다.

강 회장은 영주에 대한 강한 애착도 끊임없이 드러냈다. 오래전 영주에서 유일했던 국숫집의 풍경을 회상하는가 하면,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영주 곳곳의 길목을 상세히 묘사하기도 했다.

자전거를 위한, 자전거에 의한 삶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우리고장 영주의 자전거 문화와 복지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했고, 세탁소를 운영하고 나서부터는 우리고장 영주의 모든 세탁업소의 더욱 발전되는 꿈을 꿨다.

그는 “영주는 내 집이니까”라는 짧은 한마디로 부단한 노력과 활동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끊임없이 일하고 자신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구석구석을 찾아 적극적인 자세로 이끌어나가는 이유가 “자녀에게 모범이 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은 힘든 일은 기피하고 편한 일만 찾으려고 해서 더욱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인간은 일을 할 때 생생히 빛날 수 있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미래에는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외국인밖에 남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자기 아들딸에게만큼은 돈을 위한 노동이 아닌,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한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먼저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강 회장은 덧붙였다. 매일 같은 길 위에서 자전거 페달을 밟아도 매일 달라지는 자연과 페달을 밟기 위한 의지와 즐거움이 듬뿍 담긴 생명력을 자녀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도 자전거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자전거는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저기 자전거를 권하고 문화를 넓히려는 그의 모습에서 자전거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느껴졌다.

“이제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여기저기 많아졌습니다. 저는 이제 제 생활과 가족에 집중하며 자전거를 타는 것만 즐기고 싶어요. 자전거는 내 인생입니다”

봉화 소천면 분천리 산 일대에서
봉화 소천면 분천리 산 일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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