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복 (소백산백년숲 사회적협동조합 이사)

우리고장 영주는 사과로 유명하다. 소백산이 동서로 길게 누워 북풍 찬바람을 막고 여름 시원한 바람이 씨알을 키운다. 영주뿐만 아니라 봉화, 예천 등도 사과 과원이 많고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 여름의 예천에서 참혹한 수해가 있었는데 대규모로 산비탈을 개간해 조성한 사과 과수원이 큰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발생한 사태로 많은 인명을 잃기도 했었다.

사과는 아주 친숙한 과일이다. 보통 3대가 지나면 사람들은 본래부터 있었던 것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 재배되는 사과(Malus domestica)는 이전에 중국을 통해 전해졌던 능금(Malus asiatica)과는 구별되는 종이다. 사과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고원지대가 원산지다. 카자흐스탄에는 지금도 야생 사과나무 숲이 있다고 한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티’가 ‘사과나무 할아버지’라는 뜻이라 하니 사과나무 원산지답다.

중앙아시아의 사과나무가 유럽으로 전해진 것은 4천 년 전이라 한다. 유럽에서는 사과로 술을 빚었다. 즙을 내 발효한 것이 ‘사이다’다. 다 익은 과일을 수확하지 않고 나무에서 말리는 포도와 달리 사과에 포함된 당분만으로는 와인만큼 높은 농도의 알콜을 만들 수 없다. 사이다는 도수가 낮은 알콜 음료였다. 유럽에서 재배될 때만 해도 사과의 품질이 좋지 않았다. 크지도 달지도 않았다. 몇몇 품종을 접목묘를 재배했다.

그러던 것이 신대륙이 발견되고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로 이주하면서 사과나무는 유전자 대폭발을 일으키며 다양하게 발전해 오늘날 우리가 먹는 질 좋은 품종들로 만들어졌다. 미국이 독립하기 이전부터 이주한 유럽인들이 사과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다. 존 채프먼(John Chapman, 1774~1845)은 평생 사과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를 ‘조니 애플시드’라 불렀다. 그는 접목묘가 아닌 씨앗을 심었다. 그가 평생 일궈낸 사과과원이 26만㎦나 되었다고 한다.

이는 한반도 면적보다 넓은 면적이다. 조니 애플시드는 자연주의적인 입장에서 접목묘가 아닌 씨앗을 심어 길렀지만 서부개척시대에는 다른 이유로 접목하지 않은 사과나무가 심어졌다. 서부개척시대 인디언들에게서 빼앗은 토지를 무상으로 불하하였는데 면적당 정해진 수의 과일나무를 가꾸는 조건이었다. 과일나무를 가꾸는 것으로 정착 의지를 입증하고록 제도화 했다고 한다. 토지를 받은 사람들은 과일을 수확할 목적이 없으므로 값이 싼 묘목을 구해 심었는데 당연히 접목을 하지 않은 묘목이었다.

모든 생물의 특성은 유전자에 의한 것이다. 발현돼 나타난 형질을 표현형이라 한다. 모든 개체의 유전자는 표현형보다 훨씬 다양한 인자를 품고 있다. 수십세기동안 몇몇 특성들만 접목으로 유전되어 오던 사과의 유전자가 이 시기에 다양하게 발현될 수 있었고 자연교배로 수많은 유전자 조합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대구 제중원의 신부들이 사택 텃밭에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과나무 재배 역사가 120년이니 두 갑자(甲子)나 지났다. 조율이시 홍동백서에도 없는 사과가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익숙한 과일이 되었다. 그러나 새콤한 ‘홍옥’이 미국에서 육종된 품종이라는 것은, 오늘날 사과품종의 유전자원이 미국 서부개척시대에 씨앗을 심었던 유전자 대폭발 사건 덕분이라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다.

사과(謝過)할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버틴다. 159명의 생떼 같은 젊은 목숨이 압사한 이태원 사고를 두고 사마귀는 비겁했다. 책임을 져야할 윗대가리들은 모두 감추고 말단 몇몇을 조사 기소하더니 대부분 무죄로 방면되었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라는 유가족의 뜻을 모아 만든 특별법을 사마귀는 습관처럼 무심하게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그뿐인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통해 23억 원을 챙기고도 조사 한 번 안 받은 연가시를 조사하자는 특별법도 뻔뻔하게 거부권 행사. 예천 참사에서 사체를 수색하다 순직한 채모 상병의 사건을 수사한 박정훈 수사단장을 항명죄를 뒤집어 씌워 기소하지 않나.

정치를 그만둔 사마귀는 “뱃속에 사는 연가시가 ‘작은 외국산 파우치를 박절하게 물리치지 못했다’는 방송을 두 번이나 틀었는데 벌레만도 못한 ‘동료시민’들이 헛소리를 멈추지 않으니 경호실에 입틀막 특별훈련을 지시해 둔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이냐”며 빵빵한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꺼떡거린다.

역겨운 기생의 시대를 견디며 사과꽃 만개할 사월을 기다린다. 꽃잎 흩날리는 날, 후회 않을 선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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