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삶의 영역에서 접하게 되는 다양한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갖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며 살아간다. 그런데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통의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긍정적인 이해관계가 형성되지만,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 부정적 이해관계에 놓이게 된다. 이같은 이해관계의 대립이 한 사회의 정치적 지형을 이루게 된다.

요즘 우리 사회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정서적 이해관계의 대립이 지나칠 정도로 극에 달해 대화와 상생의 정치는 완전히 실종되고, 각 진영이 만들어 놓은 희한한 프레임으로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 간의 싸움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당내에서도 치열한 정치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사분오열 분열돼 이전투구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다.

이런 현상들에 대해 대부분의 국민은 자신들의 정치적 태도를 밝히기 꺼리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면 자신과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로부터의 공격에 마음이 편치 않고 피곤해지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은 정치에 대해 양비론적 입장을 취하거나 아니면 정치적 자아가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정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식으로 치부해 버린다.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소란스럽기 짝이 없다. 여야는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파열음을 내면서 공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고장 영주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공천에 임하는 후보자들이 물 밑에서 어떤 정치적 작업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국민의 힘’에서 누구를 공천할 것인지 정치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그저 팔짱 끼고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이다.

총선이 치러지는 해에는 항상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김건희 디올백 사건, 야당 대표의 정치적 리스크 문제, 의사 증원 문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 전쟁’에 대한 역사적 평가 문제 등 정치적으로 굵직한 이슈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진다. 그런데 영주지역의 국회의원 후보자들은 여기에 대해 어떤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다.

아직까지 출마하겠다는 야당 후보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적 스탠스를 분명하게 밝힐 때 시민들은 앞으로 이 사람이 어느 정당에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판단할 것이 아닌가? 지역 국회의원은 지역의 일꾼인 동시에 지역민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는 자리에서 중앙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또한 영주, 봉화, 울진 지역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은 모두 지역 현안문제에 대해 정책을 발표하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그 정책들을 뜯어 놓고 보면, 모두가 한결같이 지역 인구소멸에 대한 정책, 지역경제 활성화, 관광문화 도시 건설, 교통 중심도시, 영주 원도시와 신도시의 조화문제 등의 문제이다. 그리고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의 구체적인 내용에도 별 차이가 없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상관이 없다.

다만 누가 이 정책들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면 되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서로의 정책에 대해 반립(antithese)적 태도를 취할 거리가 없다. 한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해 정반합의 원리가 작동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아무런 얘기가 나오지 않는 사회는 획일화된 전체주의사고가 지배하는 닫힌 사회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들은 영국 사회철학자 칼 포퍼(K. Popper)의 ‘자유주의 정치를 가능케 하는 장으로서의 열린 사회(open society)’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각기 원하는 바에 따라 살 수 있는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인간은 본래 오류 가능적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들을 인정하고 열린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공적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선택 범위를 넓게 할 수 있도록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4.10총선은 좀 더 많은 정반합의 원리 속에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선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