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고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70대 인구가 2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발표도 크게 충격적이진 않다. 이미 예견된 일이며 우리 사회는 걷 잡을 수 없는 속도로 늙어가고 있음을 다방면에서 실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고 한다. 이 또한 새삼스러울 게 없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만도 없다. 미래를 예측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강구하고 새로운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늙어가는 사회, 늙어가는 도시 해결책을 위하여 나라에서 지자체와 각 단체에서 저마다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이었던 김정자 할머니(83)가 숙명여대 입학의 꿈을 이뤘다.’는 기사는 인상 깊었다. 연일 오르내리던 기사에는 구부정한 허리에 가방을 둘러맨 할머니의 사진도 함께 실렸었다. 혹자는 나이 들어서 편하게 살지,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연필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는 할머니의 메시지는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을까. 해외에 있는 손주들과 영어로 소통하기 위해서 영어공부에도 도전하겠다는 기사를 읽는 내내 가슴이 벅찼다. 숙명여대에 입학한 최고령 할머니의 꿈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기사에서 희망을 보았다. 늙어도 공부를 하는 열정, 그 마음이 나이 때문에 꿈을 놓아버린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개개인의 꿈을 이루는 것은 개인의 행복한 삶에 꼭 필요한 것이며, 행복의 척도에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 정치인은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정치를 하고, 교육자는 교육에만 진심이고, 기술자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학생은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되는 선순환의 세상, 모두가 꿈꾸는 세상일 것이다. 이런 사회는 그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인가.
영주시 인구 감소를 두고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오래 인구 감소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늙어가는 도시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불평만 하면서 사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현재의 위치에서 행복하고 활기차게 살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는 매우 중요한 물음이다. 주어진 현재를 보다 충실히 살다 보면 어떻게든 행복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노래 가사에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오늘을 살고 있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말이기를 바란다. 늙었지만 공부하는 도시, 나이가 들어서도 누구나 원하면 일을 할 수 있고, 행복한 노년을 꿈을 꿀 수 있는 도시를 바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각자의 위치에서 공부하는 마음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평생 젊게 살려면 평생현역으로 살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액티브(active) 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공부를 한다면 젊음을 되돌릴 순 없더라도 젊은이 못지않게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늙어가는 사회에 귀속돼 있는 삶을 희망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노력은 필수 조건이다. 늙어감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다면 똑같은 환경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행복한 미래를 위한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나이 들어서도 젊게 사고하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나이가 들었다고 모두가 어른이 되는 건 아니듯이 나이가 많다고 반드시 늙은이처럼 던져진 삶에 안주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활기차고 행복한 도시를 만들어 가는데 일조하리라 본다. 어디에 살건 어떻게 살건 불평이 없을 순 없다. 환경을 바꿀 수 없다면, 생각을 바꾸고, 나 자신이 바뀌면 행복도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이라는 뻔한 말을 실천에 옮기면 된다. 뇌는 사람이 죽는 날까지 새로운 습관 회로를 형성하고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마뜩하지 않은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통제할 수 없는 것과 통제가능 한 것을 구분한다면 대처 방식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소소하게라도 하고 싶은 것들로 시간을 늘려 가다 보면 작은 희망은 올 것이고 그런 희망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남은 생 마음을 맞대고 살아갈 도시 영주, 이곳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이왕이면 희망을 노래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