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올 초, 관내에서도 졸업식이 거행되었다. 졸업식 풍경은 늘 우리에게 설렘을 안긴다. 꿈과 미래를 담보한 아이들의 도전에, 가능성이 잠재되었기 때문이다. 잠재된 가능성을 지닌 그 아이들이 다시 지역에 돌아와 정착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은 아이가 교육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인구 증가를 위해 출산율보다 더 중요한 건 무엇인지, 지역에서 인재를 지키며 유출을 막을 대안은 없는지, 분골쇄신의 자세로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우리 지역의 인구가 10만 명 붕괴 초읽기에 놓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자체마다 인구 유입을 위해 여러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을 거두는 데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당해 년으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같은데 그 인원을 지자체마다 자기네 쪽으로 유입하려고 여러 대안을 제시하지만, 나라 전체로 보면 그 인원이 그 인원으로 달라지는 건 없다. 큰 틀에서 보면 느는 게 아니라 여전히 줄어드는 추세로, 같은 인구를 두고 지자체마다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이동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것 같아 씁쓸함마저 인다.

해가 갈수록 최악의 저출산 소식에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할 아이들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로 떨어졌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 우리의 미래를 불안케 한다. 2022년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악인 0.78명이었는데, 2023년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더 낮은 0.7명대 초반이거나 0.6명대 하반으로까지 하락이 예상돼 나라가 풍전등화에 선 듯하다. 시간이 갈수록 역대 최저치라는 출산율 경신, 지자체의 자구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바이다.

본지(제944호)에 따르면 우리 지역의 “65세 노인인구는 3만 454명으로 전체 인구의 30.4%에 이른다. 지난 한 해 새롭게 태어난 신생아(312명)보다 노인 사망률(1천264명)이 무려 4배 가까이나 된다.”니 이 추세로라면 지역 소멸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야 말 것이다.

지난해 12월 2일 뉴욕타임스(NYT)에서는 한국의 인구 감소를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선진국 중에서도 한국은 연구 대상이다.”며 한국 미래를 불안케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저출산을 이렇게 심도 있게 다루는 데 우리가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동안 나라에서 해결해 주기만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닌지, 온 국민이 뼈를 깎는 아픔으로 현안과 맞서야 할 때다.

출산율이 저조한 지금의 인구라도 유지하려면 부부 한 쌍이 최소한 두 명의 아이는 낳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절반인 1명도 안 되는 0.7명대가 지금의 현실이라니 실로 그 위기감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아이 낳아 기르는 데 따르는 부담이 출산의 꿈을 앗아가고 있다. 하물며 지역에서 잘 길러낸 아이들이 진학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는 현실을 바라볼 때면 지역 경쟁력만이 영주의 미래며 살길이란 걸 알 수 있다.

필자 역시 세 명의 아이를 지역에서 길러냈지만, 현재 곁에 머문 아이는 한 명도 없다. 결국 양질의 일자리 부재가 지역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있으면 젊은 청년들이 모여들고, 청년들이 모여들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터, 사람이 들끓으면 부수적으로 따르는 교육, 의료, 문화 등 인프라도 충족되리라 본다.

워라밸이 중요한 시대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결혼과 동시에 임신, 출산, 육아, 돌봄까지 한 세트로 이뤄져야 한다.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뤄야 안정된 사이클이 돌아가는데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제동이 걸리면 아이 낳을 용기마저 상실하게 된다.

이에 더해 천정부지의 집값과 사교육비도 한몫하고 있으니 맘 편히 아이 낳아 길러낼 용기가 생기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결혼하더라도 아이 없이 사는 딩크족(DINK:Double Income No Kids)과 맞벌이 무자녀 부부도 증가하는 추세에 출산 장려만 외친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맞춤형 정책 도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리라 본다.

지역에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좋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마음 놓고 결혼해 출산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과 함께 지역 인재의 타지 유출을 최소화할 방안이 절실하다. 출산율보다 중요한 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우리가 지도자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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