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어디를 가도 도시마다 그 지역의 특수성을 대표할 수 있는 브랜드가 있다. 이는 특정한 지역의 자연, 역사, 문화, 경험 등의 자원들 가운데 그 도시만의 특징적인 정체성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특징적인 정체성으로의 그것이 다른 도시와 비교될 수 있는 분명한 차이가 있을 때 독자적인 도시 이미지 즉 경쟁력 있는 도시브랜드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영주시는 1998년 7월 ‘선비의 고장’이란 명칭을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한 것을 시작으로, ‘선비의 고장, 영주시’라는 정신적 가치를 대표 브랜드로 내세웠다.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선비촌(2004)과 선비문화수련원(2008)을 조성해 국민에게 선비문화를 체험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도 했고, 또 선비정신을 삶 속에서 실천하기 위해 2016년에는 (사)선비정신실천운동본부를 발족해 우리 고유의 정신문화인 선비정신 확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서 대한민국 도시에 대해 브랜드 평판 조사를 한 결과를 접하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우수한 문화 컨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12월 23일부터 2024년 1월 23일까지의 도시브랜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주시는 전국 총 85개 시 중에서 64위였고, 영주시와 유사한 정신문화를 가지고 있는 안동시는 46위를 랭크됐다. 이 지표는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을 최대한 고려해 측정된 것이기에 신빙성이 있다고 하겠다.

이 시점에서 ‘선비의 고장’이라는 브랜드가치를 생각해보면, 참으로 유감스러운 점들이 많이 있다. 현재 영주시의 모든 정책적 관심은 기승전결 모두 기업도시 건설에 집중되어 있다. 영주시청은 1월 23일부터 ‘2024년 업무보고회’를 시작했는데, 화두는 역시 영주 첨단베어링 국가산업단지 착공, 영주댐 주변 개발, 혁신 농업도시 기반 확립에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비의 고장’이라는 브랜드가치는 후순위로 밀리고, 영주시민들의 의식에서 자꾸 멀어져 가고 있다.

또한 여말선초(麗末鮮初) 유학자요 조선 개국공신 선비 정도전은 영주가 고향인데도 불구하고 기념관이나 박물관도 없고 그 흔한 동상조차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그리고 2022년 9월에 1천700억여 원을 들여 야심 차게 선비정신을 문화 컨텐츠로 삶아 대한민국 K문화 테마파크를 선도하겠다고 ‘선비 세상’를 개장했지만, 작년도 기준으로 볼 때 입장 수입이 예상 수입의 10% 정도에 그쳐서 막대한 운영비 부담으로 빚에 허덕이고 있다. 애물단지도 이런 애물단지가 없다.

지난 10일에는 경상북도가 2024년~2025년 도를 대표할 수 있는 지정 축제를 선정했는데 우리 고장 대표 축제인 영주 한국선비문화축제는 ‘우수축제’에서 ‘유망축제’로 한 등급 떨어졌다. 도대체 영주시는 ‘선비의 고장’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을 치고 인륜 도덕이 땅에 떨어져 버린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요구되는 정신적 가치는 선비정신이다. 그리고 선비정신은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경쟁력 있는 정신문화적 자산이고, 인성 교육의 주춧돌이다. 영주시가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기업도시로 발전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에너지를 모아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선비정신을 등한시하거나 반대편에 서 있어서는 안된다.

영주시와 시민들은 신구(新舊)의 조화 즉 전통 정신과 경제 성장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선비의 고장’의 정체성을 지키고 이를 대내외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선비정신실천운동본부’와 ‘영주문화연구회’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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