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소외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위한 자선의 손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영주시는 지난 2021년 영주 적십자병원과 원격협진 협약(MOU)을 맺고, 13개 보건진료소와 함께 의료취약지 주민들을 위한 원격협진을 시작한 결과, 농촌지역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효과를 보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익명의 노부부가 정부로부터 받은 노령수당과 자식들이 준 용돈을 모아 마련한 1천만 원을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한 뉴스는 시민들의 마음을 감동시키는데 충분했다.

시는 시대로, 기관이나 민간단체는 그들 나름대로, 개인들은 각자 나름대로 나눔의 가치를 실천하는 모습을 볼 때, 올해 영주시가 제시한 시정 목표 중 하나인 ‘삶의 질이 높은 행복 도시’, ‘품격 있는 복지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에 한 걸음 내딛는 것 같다. 한 도시가 행복해지려면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가짐’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나눔’의 가치를 추구할 때 가능해진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내가 많은 것을 가지면 가질수록 다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게 소유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눔’의 가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은 것이 갑절이 된다. 특별히 불우한 이웃들에게 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면 사랑이 두세 배가 된다. 그러면 결국 우리 사회는 행복한 사회가 된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나눔’의 실천만으로는 복지사회를 건설하는데 부족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2024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를 전망한 『트렌드 코리아 2024』를 보면 ‘돌봄’의 개념이 올해 주요 트렌드가 된다고 한다. 사회는 더욱 개인화되고 또 개인들은 시간에 쫓기어 살아가다가 보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인간 생존의 필수적인 돌봄이 중요한 이슈로 대두한다는 것이다.

돌봄의 개념은 불우한 이웃이라든지 사회적 약자들을 단순히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선 개념이다. 건강이나 나이 때문에 자립하기 어려운 사람을 가족이나 주변 사람이 보살펴 주는 것이 종전의 돌봄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장애가 없더라도 누구나 보살핌을 받을 수 있고,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돌보는 시대가 됐다.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사람이 돌보는 사람인 동시에 돌봄을 받을 자격이 있는 존재이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돌봄에 힘입어야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돌봄을 주고받는 관계 속의 존재이다.

세상에 나와 성인이 되기까지, 성인이 되어서도 불의의 사고나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면 인간다운 삶을 위해 모두 돌봄을 받아야 한다. 어림잡아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삶의 시간대는 전체 인생의 4할에 육박한다고 한다. 누구도 돌봄을 외면할 수 없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돌봄’이다.

돌봄을 개인과 사회에 필수적인 가치로 인정하고 그 가치에 걸맞은 대우해 주는 일은 먼저 시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돌봄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해 단지 사회가 돌봄을 책임진다는 이해를 넘어 돌봄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돌봄은 나와 우리,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가치이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 담당하며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영주시는 이제 진정한 행복사회 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눔’의 가치를 넘어서 ‘서로 돌봄’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행정적, 물질적, 정서적 인프라를 형성하는 일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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