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는 한 마디로 외우내환의 한 해였다. 밖으로는 3년 동안 지속됐던 코로나 펜데믹의 여파로 세계경제가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발생한 지진을 비롯해 수많은 자연재해가 특별히 많았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2년이 지나가는데도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다 또다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일어나 세계평화와 질서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국내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작년 5월 중순에 엔데믹이 선포됐지만 여전히 코로나19의 여진으로 말미암아 국민들의 삶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여름철에 산사태와 홍수 피해도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많았다.
정치권은 진영논리에 빠져 민생은 외면한 채 권력다툼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고,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내 경제 상황은 미국의 고금리 정책, 중국 경제의 침체, 무역 감소 현상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또한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는 결국 온갖 탈법과 불의, 거짓을 양산했다.
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우리들의 삶을 기나긴 터널 속에 가둬 놨다. 또한 교수신문에서 우리 사회의 병폐를 꼬집어 올해의 사자성어를 ‘견리망의(見利忘義)’로 꼽은 것을 보면, 사회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익 내지는 당파의 이익을 보고 의(義)를 잊어버린 사회가 됐다니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는 한 해였다.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은 지나갔고, 희망의 해 갑진년이 시작됐다.
현실은 지나간 과거의 종착점인 동시에 미래의 출발점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현실은 불만족에 머물고 만다. 실제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이같은 현실을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는 ‘아직 없음’(Noch Nicht)이라는 말로 표현했고, 불만족스런 현실에 그저 안주하고 있는 것을 ‘가짐 없음’(Nicht Habe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아직 없음’은 완전히 없다는 뜻이 아니다. 현재는 아직 우리가 바라는 희망찬 미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어둠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 어둠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완전한 어둠이 아니며 미래에 대한 열망이 있는 현재이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우리고장 영주도 여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긴 터널 속에 갇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많이 살려냈다. 무엇보다도 올해 본예산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이 넘어섰고, 역대 최대 규모인 5천억 원 규모의 기업 투자유치도 이끌어 냈다. 가장 시급한 현안이었던 영주첨단베어링 국가산단을 최종적으로 승인받았고, 시민 모두의 염원과 노력의 결과로 영주댐 준공을 이뤄냈다.
영주시가 올해 베어링 국가산단 등의 본격적인 사업 추진과 안정적인 시정 운영으로 세계로 도약하는 첨단 미래 산업도시, 혁신 농업도시, 특색있는 문화관광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갑진년 신년화두를 ‘금석위개(金石爲開)’로 선정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 어떤 시련과 난관이 닥쳐와도 희망찬 내일을 위해 전력을 다하면 쇠와 돌도 뚫을 수 있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훌륭한 사자성어로 새해 벽두에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인간에게 요청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미래를 계획할 힘을 주는 희망이다. 블로흐의 말처럼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현실’(Noch Nicht)에서 미래에 대한 굶주림과 열망으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만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어느때 보다 큰 만큼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갑진년 새해 영주시의 분투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