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밤눈
-김광규
겨울밤
노천 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되고 싶었다
안으로 들어가
온갖 부끄러움 감출 수 있는
따스한 방이 되고 싶었다
눈이 내려도
바람이 불어도
날이 밝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의 바깥이 되고 싶었다
-한사코 ‘바깥’
“서로의 집이 되”려고, “따스한 방이 되”려고, 한사코 “바깥이 되고 싶”다고 합니다. 춥고 을씨년스러운, 바람과 눈까지 덮친, 기다리는 전동차까지 오지 않아 온몸이 알알한 겨울밤에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는 겨울밤의 짧은 순간조차(체감상으로는 꽤 긴), 서로를 위한 바깥이 되려고 합니다.
시간을 두드려 깰 때마다 크고 작은 결석이 허무처럼 쌓이겠지만, 붙들고 매달려 봤자 갈 것은 가고 남을 것은 남습니다. 불빛 밝게 달려오는 전동차처럼요. 차가운 꼬리 남기며 달려가는 전동차처럼요. 그러나 안 잊힐 그 순간의 기억으로 남은 생을 살지도 모릅니다.
현란한 미사여구 하나 없이 썼어도 감동인, 시 한 편을 2023년 마지막 주에 읽어 봅니다.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몸속을 다스린 듯, 또다시 밝게 다가올 미래를 기대해 봅니다. 살벌한 세상에서 우리를 살게 하는 것들은 무슨 대단한 논리가 아닙니다. 이렇듯 따스한 시 한 조각, 차 한 모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낮아도 높은, 추워도 훈훈한 사려가 연말을 서럽지 않게 합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그때는, 그때는 내가 바깥이 되어 당신을 안으로 밀어 넣겠습니다.
영주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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