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영주에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이나 세미나가 있으면 가능하면 챙겨보는 편이다. 최근에 무료로 관람한 강좌나 공연의 경우 ‘이게 정말 무료라니!’ 할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이와 반대로 관객들의 시민의식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얼마 전 시민회관에서 열린 ‘영주역사인물학술대회’ 때 일이다. 예정된 시간이 되자 객석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관객의 연령대는 젊은 세대는 찾아볼 수 없었고, 학술대회와 관련 있는 명망 높은 집안의 어르신들이 상당수였다.

사회자가 시작 전에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하거나 전원을 꺼 달라는 안내를 했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다른 지역에서 온 발표자가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차분하고 다소 무거운 주제였다.

발표자의 이야기에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전화벨이 시작되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에서 각기 다른 멜로디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날따라 무척 심했다.

어떤 사람의 전화기는 연속적으로 울렸는데 태연하게 큰 목소리 통화를 하는가 하면, 한참 후에 겨우 끄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참다못한 주최 측에서 제지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소음이 발생한 주변이 잠시 술렁거렸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가 아닌 어느 한 사람에게 쏠리기 시작했지만, 당사자는 사람들 시선에 무감각했다.

발표자가 소음 때문에 잠시 멈칫했는데, 영주 이퀄 선비라는 공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으로 느껴졌다. 잠시 뒤 몇몇 관객이 자리를 뜨는 게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자리만 사수하는 게 목적인 사람, 옷을 신사답게 잘 차려입은 것에 비해서 내면은 반듯하게 채우질 못하셨나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넘어 안쓰럽게 느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번 ‘길을 묻는 그대에게’ 공연을 관람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수준 높은 공연에 몰입 중이었는데, 여지없이 감정을 방해하는 순간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연세 지긋한 어른임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렇게 유독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관람 에티켓은 작동 불능인 걸까.

사실 그동안 다른 공연장에서도 매번 비슷하게 느꼈던 감정이다. 반복되는 좋지 않은 경험으로 언제부터인가 객석의 중앙을 피해서 측면으로 자리를 잡는 습관이 생겼다. ‘에티켓’은 암묵적인 약속이나 마찬가지다. 굳이 말을 안 해도 서로가 지켜야 할 공중 예절이다.

사람의 행동에는 그 사람의 인품이 배어있다. 사소한 몸짓으로도 인품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많은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소수의 부주의한 행동으로 전체 분위기를 망가뜨리는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영화관에서도 아주 가끔 그런 적이 있다. 신경을 잡아끄는 소음의 주인공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전화벨 소음’에 관련하여 젊은 층은 나무랄 필요가 없는 우수 관객이다. 더러 나이 어린 학생들이 산만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분위기를 흩트리는 정도는 아니었다.

관객의 입장에서 에티켓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체로 나이 많은 사람인 까닭은 왜일까? 혹시나 그 정도 행동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다는 의식의 발로일까. 아니면 서툰 기계 조작의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남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사회자의 안내 멘트를 귀담아들었다면,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진 않았을 것이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일, 아집에 사로잡힌 어른들일수록 실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에티켓’은 배려이며 다 함께 실천해야 할 덕목이나 마찬가지다. 앞으로 이어질 공연은, 불편함 없이 함께 즐기고 함께 호흡해야 할 관람 문화로 발전하면 좋겠다. 관객이라면 누구든지 배려와 존중이 필요한 주변 환경에 부디, 예민한 감각을 장착하길 바란다.

일상생활에서 에티켓은 사소하지만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나름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이 사소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질서는 한순간 무너지고 만다.

공연장에서의 ‘소음’이 소수의 문제이긴 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기에 한 번쯤 상기시키고 싶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이나 관객 모두가 만족하는 환경이 되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에티켓’은 기본 이어야 한다. ‘기본’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나이를 불문하고 ‘에티켓’을 잘 지키는 문화가 잘 정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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