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선비세상에서 아마추어 e 스포츠대회가 열렸다. 총상금 610만원이 걸린 이번 대회에는 98개팀 340여명이 참가했다. 전국의 아마추어 게이머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십대 청소년들이 주류를 이루었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3040세대의 관객도 상당했다. 자녀와 함께 온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e 스포츠는 기성세대들에겐 거리감이 없지 않지만 청소년층에게는 대중문화로 자리 잡은지 이미 오래다. 여기엔 e 스포츠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의 광풍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인터넷의 대중화 시기와 맞물리며 스타크래프트는 한때 전국을 강타했다.

당연히 게임업계는 호황을 이루었고, 게임시장의 외연 확장에 일대 전기가 마련되었다. 그리고 20여년이 넘게 세월은 흘렀지만 당시에 형성된 매니아 층은 여전히 그 향수를 간직중인 것은 주지된 사실이다.

흔히들 스타크래프트는 보드게임 바둑에 비교되기도 한다. 이는 스타크래프트 역시 바둑처럼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 요소가 고도의 전략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두뇌스포츠의 무한한 매력을 보유하고 있어 소비자에게 상당한 소구력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바둑팬이 일천만 명을 자랑하는 것은 놀라운 일도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이보다 층은 엷지만 스타크래프트의 사용자 숫자 역시 이에 못지않다고 알려진다. 케이블 티브이가 독자 채널을 가지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수시로 중계하는 이유는 상품으로서 그만한 소구력을 지닌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이번 e 스포츠 대회에 주목하는 점은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행사였음에도 새로운 시장에 주목했다는데 이의가 있다. 그것도 변방의 소도시에서 말이다.

게다가 핵심 타깃도 선명하다.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의 세대에게 투자하는 일은 항상 멋진 일이다. 또한 행사를 통한 시 홍보는 기본이고, 청소년들에게 멋진 추억을 선사하는 것은 덤이다. 훗날 영주시가 e스포츠 팬덤의 기억 속 명소, 즉 노스탤지어의 공간으로 각인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e스포츠 관련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곤란하다. 더 많은 투자와 홍보가 필요하다. 대회 규모를 키우는 것은 물론이고 정기적으로 e스포츠 대회를 유치하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프로 게이머들을 위한 무대 마련도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e스포츠는 아직까지 기성세대들에게는 홍보의 효과나 경제성 측면에서 마뜩하지 않을지 모른다.

e스포츠는 여전히 IT업계의 종사자나 일부 게임 매니아들의 영역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미래를 본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가 있다. 지금 e스포츠에 열광하는 청소년층들이 성장하고 그들만의 시대를 견인해 갈 때가 그리 멀지 않다고 본다. 미래는 멀지 않고,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것을 연출하기도 한다.

전설 같은 스포츠 일화 하나를 소개하면서 얘기를 매듭지어야겠다. 현재 시민들이 즐기는 대중 스포츠인 테니스를 우리나라에 도입한 사람은 서양 선교사들이다. 당시 선교사들은 조선 조정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고관대작을 초대하여 이런저런 행사를 마련했다. 테니스 경기도 그중에 하나였다.

오늘날로 보자면 일종의 스포츠 외교와 비슷한 맥락이다. 어느 여름날이었다. 행사에 초대를 받아 내빈석에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던 고위관료가 딱하다는 듯 혀를 차면서 서양 선교사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고 한다.

“저런 일은 하인들한테나 시키지 뭐 하러 직접 하나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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