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뚝 떨어진 수은주가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날이 추워지는 계절의 입구에 서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것이 통상의 사람 사는 세상이다. 옛말에 가난한 사람에겐 여름이 더 살기가 낫다는 말이 괜히 생겨난 얘기가 아니다.
본지와 영주종합사회복지관 공동주관으로 이웃돕기 공동자원 마련을 위해 추진중인 만사형통 캠페인이 지난 10월 16일부터 시작하여 이달 말일자로 마감을 앞두고 있다. 2016년부터 추진해온 일이지만 시민들의 캠페인에 대한 관심과 성원은 매번 뜨겁다. 금년만 해도 11월24일 기준 476명이 참여하여 616만원의 기금이 모금되었다.
만사형통 캠페인은 1인 1만원을 기부하고 다음 기부자를 추천하는 릴레이식 소액기부운동으로서 남녀노소 큰 부담 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이웃에 대한 배려는 본지(本誌)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 캠페인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신문을 넘기다보면 이와 비슷한 종류의 노력들이 여기저기서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각종 단체나 학교가 연계하여 힘을 보태는 연탄 나눔 봉사나 영주시 새마을회나 노벨리스코리아 같은 회사가 보여주는 김장 나눔 행사는 이제 일상이 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매년 12월에 전개하는 사랑의 열매 행사나 길거리 구세군들의 자선냄비 얘기는 두말할 나위 없다.
이외에도 수시로 짜장면이나 삼계탕 같은 음식을 어르신이나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정담은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심지어 고사리 손까지 나서고 있다. 얼마 전 관내 서부초등학교 학생들은 성금모금 자선 판매행사를 가졌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우리 어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에 있다.(11월 23일 본지 10면 기사 참조)
이들은 어묵, 핫쵸코를 판매한 수익금 전액을 이웃돕기성금으로 관련 기관단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선행에 있어 액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돈 자랑하는 것은 아니므로. 나보다 어려운 다른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최대봉의 교양어 사전 ‘늦가을 풍경’(11월16일자 14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 한 장 남은 달력이 남은 2023년 저물어가는 한해의 뒷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다들 팍팍한 세상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얘기들을 하지만 이렇게 많은 선의를 행하는 시민들이 있어 아직은 살만해 보이기도 한다.
이웃돕기에 무슨 특정한 계절이 필요하랴.
황하의 그 거대한 물결도 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만들어 냈음을 기억하자.
이웃에 대한 시민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행동을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