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때문에 농촌에서 30분간 차를 타고 병원에 도착했다. 오후 4시20분경이었다. 평소 복잡하던 주차장은 한가로웠고 접수증을 뽑으니 접수처에서 바로 번호를 불러준다. 그런데 담당자는 월요일이라 환자가 너무 많아 접수가 마감되었으며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한다.
당시 외래환자는 서너 명 밖에 없었고, 내과 진료실 앞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답답한 마음으로 간호사에게 감기가 워낙 심해서 그러니 진료를 받게 해 달라 재차 부탁을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같았다.
병실에 회진을 나간 의사가 언제 올지 모르고, 다섯 시 반이 되면 자신들은 퇴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얘기가 환자가 많을 때는 접수가 조기 마감되니 조금 일찍 접수해야 된다고도 했다.
앞의 서술 내용은 본지의 독자로 추정되는 어느 시민의 기고문(2023. 11.02일자 14면 참조)을 정리한 글이다. 그 시민은 병원에 안 와보고 환자가 많은지 적은지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항변과 함께 건강 조심해서 가급적 병원에 안가도록 해야겠다는 씁쓸한 푸념도 늘어놓고 있다.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름 아닌 선비의 고장 영주, 어느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문제는 해당 병원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접수와 진료시간이 08:30~17:30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똑같은 내용의 안내문이 병원 내 게시판에도 적혀 있다. 무엇보다 기가 막힌 것은 시민의 세금이 들어간 시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병원이었다는 사실이다.
가끔씩 매스컴을 장식하는 의료 사고가 괜히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래도 시술 과정에서 의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참사는 억지로라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응급환자가 병원의 진료거부 때문에 벌어지는 비극은 질이 다르다. 둘 모두 인재(人災)라는 성격은 동일하지만 후자의 경우엔 설명이 결코 쉽지가 않다.
의료 관계자라면 누구나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까지 갈 것조차 없다. 그냥 상식적인 일인 것이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람이 아프다는데, 그것도 자신들이 정해놓은 진료 시간임에도 병원의 진료를 받지 못한 시민의 입장을 이해는 하는 걸까.
고작 감기일 뿐인데 침소봉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모든 큰일이라는 게 일상의 사소함에서 혹은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간과된 지점에서 시작한다는 건 경험칙상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다. 이런 에피소드가 작금의 인명을 경시하는 풍조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것은 생각의 지나친 비약일까.
물론 모 병원의 이런 과실이 대다수의 병원에게 해당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은 다행스럽다. 건강한 사람은 잘 못 느끼겠지만 시민들이 건강하게 사는 데는 병원의 역할이 지대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의료인들의 노고를 시민들은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 병원에서 그것도 의료인이 시민의 진료 접수를 거절하여 자신들의 정체성에 생채기를 내는 것은 정말이지 뼈가 아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