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레 소나무 외부 반출을 둘러싸고 대치중인 현장에는 소주병과 음료수 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지역 주민과 부녀회원들이 모닥불 가에 둘러 앉아 있었다. 소나무가 외부로 팔려나가던 날의 풍경이다.
바느레 송(松)으로 알려지기도 한 이 반송(盤松)은 순흥면 내죽리 송내골(바느레 마을)에 위치해 있었다. 수령은 최소 160년에서 300년 정도로 추정되며, 둥치 둘레 2.4m에다가 폭은 8m에 이르나 높이는 2m밖에 되지 않은 단신으로 일명 난쟁이 소나무라고도 불렸다.
무엇보다 인위적 흔적 하나 없고, 웅혼하면서 고답(高踏)스런 자연미로 인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왔다.
지난달 27일 소나무는 끝내 외부로 반출됐다. 그동안 주민들은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의 외부 반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영주시가 매입하는 방안도 추진해 줄 것을 주문했다. 허가 관청인 영주시 역시 농업용 창고 건축허가를 위한 산지 전용 사업계획서에 해당 소나무를 인근에 식재하기로 했음에도 계획 변경(허가) 절차 없이 나무를 옮기는 것은 관련법 위반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시는 소나무 반출을 위해 굴취 작업 중이던 조경업자에게 작업중지 명령을 수차례 내린 바 있다. 산지관리법에 의하면 사업계획의 변경 없이 소나무를 굴취, 이동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논란의 조경업체는 소나무 매입 시 시가 발급한 소나무생산확인서의 수요처(서울시 서초구)를 확인했으며, 사유재산이므로 반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영주시가 매입 의사가 있다면 협상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대립각을 세우던 시와 조경업체가 협상 테이블에 앉았으나 소나무 가격의 절충점을 찾지 못해 협상은 결렬됐다. 여기엔 조경업체 측의 설령 자신들이 관련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1천만 원의 벌금만 물면 된다는 상인 특유의 장삿속도 보인다.
한편 팔려나간 노송(老松)을 보면서 소나무를 지켜주지 못한 시민들의 마음은 그저 짠할 따름이다. 나무가 뽑혀나간 그 빈자리는 그만큼 더 넓고 더 공허해 보인다. 만일 소나무에게 감정이 있다면 댐 건설로 인해 고향을 등져야 했던 수몰민들의 슬픔과 비슷했을까. 아니면,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심청이의 마음 같았을까.
이번 순흥면 바느레 소나무 반출 소동은 두 가지 정도의 생각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큰 이익 앞에는 법이고 뭐고 무시될 수 있다는 자본의 폭력성과 관련 법의 무력함이다. 다른 하나는 잃어버린 후에 비로소 그 소중한 가치를 안다는 진부한 회한이다.
물론 시의 주장대로 조경업체가 법을 위반했다면 향후 이에 대한 처벌 절차는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집을 떠난 소나무를 되돌려 받을 방도는 아예 없거나 요원(遙遠)해 보인다. 다만 향후 이런 불상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지정 문화재가 아니더라도 문화재급 가치를 지니는 사유재산에 대한 시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