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거창구치소가 개청을 했다. 이번에 문을 연 거창구치소의 부지는 과거 한센인들의 정착촌이었다. 또한 인근에는 양계장·양돈장이 있어 악취도 심했다. 한센인들은 악취의 해결과 생활환경 개선 차원에서 중앙정부에 구치소 유치를 요청했다.
기피시설로 인식되고 있는 구치소의 설립은 주민들의 자발적 건의에 의한 것이라서 상당히 이례적이며 반면 모범사례로도 평가받고 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구치소 유치를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간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났다.
결국 주민 측과 법무부·거창군·거창군 의회로 구성된 ‘5자 협의체’에서 주민투표에 부치기로 합의를 했다. 그 결과 64.7%의 찬성으로 사업은 결정됐다. 이후 구치소 유치에 반대했던 주민들도 결과에 승복하고, 적극적으로 개청을 도왔다는 점도 들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한센인들의 손을 잡고 고마움을 표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작가 유시민은 그의 저서 경제학 카페에서 경제인을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행동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문제는 이들 상호간에 이익이 상충될 경우에 발생한다. 거창군의 주민 간 갈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모두가 자기 이익만을 고집한다면 구치소는커녕 화장실 하나 짓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반면 구치소가 아니라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혹은 SK 그룹의 공장을 유치하는 것이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시민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우리가 상식이나 합리성이라는 이름으로 ‘달면 삼키고(핌피: Please In My FrontYard) 쓰면 밷는(님비:Not In My BackYard)’행위를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늘날 사자성어처럼 굳어져 버린 내로남불의 행태가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술한 거창군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대강 두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먼저 건강한 시민의 상식만 가지고도 찬․반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비록 주민투표를 통해 사업이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사실 투표 없이도 성사될 수 있었다. 우스갯소리를 보태면 배운 것 남 주지 말자는 거다.
다른 하나는 기피시설 유치에 있어 님비(내 집 뒷 마당은 안돼.)를 핌피(모쪼록 우리 집 앞마당에 설치해주세요.)로 바꾼 역설적 발상이다. 한편으론 가만히 앉아 맛있는 밥상이 차려지기를 기다리는 이들에 대한 충고일 수도 있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그러므로 얼마간 미진하고 혹은 기피시설이라 할지라도 지역 발전에 도움을 준다면 용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민선8기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장 후보 시절 경제시장을 자임했던 박남서 시장의 최근 행보 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지역 국회의원과 함께 중앙정부의 기관 유치를 위해 비혁신도시도 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물론 법 개정까지는 멀고도 험한 길이다. 그 성과도 장담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제도가 개선되더라도 투자유치는 여전히 난제다. 다만, 그럼에도 틈새는 남아 있으리라 생각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사업이나 시설에 주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혹은 공익적 가치라도 지닌다면 고려할 가치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