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창문값

                                                            -조봉익

없으면 20만원

있으면 23만원

한 달 창문값이 3만 원이다

창문을 사면

아직 별이 뜬 하늘이 있고

햇살이 붙은 아침을 구할 수 있다

간혹 놀러 오는 김씨

창문을 열고 몰래 숨겨둔 연기와 한숨을 투기하며

자기 방은 문을 닫으면 깜깜해지는 관棺이란다

그렇다면 3만 원은 관과 방의 차액

변두리 고시원 주민들에게도 빈부의 격차는 있다

3만 원이 없는 김씨는 하늘도 빌려서 본다

 

-마음의 창 하나면…

어떤 시인이 그랬습니다. 낫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젊어서 한 번쯤은 죽을병에 걸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요. 아프고 나면 회복기에 들겠지요. ‘회복기의 삶’에 들면 서툴고, 틀리고, 망설이면서 서성이는 날들이 좀 있어도 견뎌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끝까지 가본 적도 없고, 끝까지 빠져 본 적도 없지만 설렘 하나만으로도 잘 살아낼 것도 같거든요.

그래서 이 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창을 두고도 창밖의 풍경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도 많은데, “3만 원이 없”어 “하늘도 빌려서” 보는 김 씨처럼 창밖을 바라보는 일이 삶의 전부인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창문이 있다고 해서, 창문을 연다고 해서 하늘이 보이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요. 창문을 열어도 콘크리트 음산한 벽만 보이거나, 단단히 고정되어 열 수조차 없는 창문도 있습니다. “문을 닫으면 깜깜해지는 관棺” 같은 방(현실)일지라도 창문 있는 친구의 방으로 놀러 갈 줄도 아는 사람이면 괜찮지 않을까요?

하늘도 바람도 기온도 어디 하나 아쉬울 것 없는, 참 좋은 계절입니다. 한 발짝만 나가도 ‘아, 좋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하늘은 안 빌려도 되니까, 마음의 창 하나만 딱 열고 밖으로 나가 보지 않을래요? 어디선가 나를 향해 손 흔드는 당신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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