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깐깐 최 교수

                                                 -이수동

 

최 교수는 늘 확신에 차 있습니다.

박식하고 달변가라

어느 토론에서도 진 적이 없지요.

빳빳한 저 목을 보세요.

자신감 넘치는 깐깐 최 교수에게

일단 경의.

단 하나 아쉬운 것은,

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겨야 할 경쟁자와

극복해야 할 난제만 있을 뿐이지요.

아!

나의 어제와 같습니다.

나의 어제는 이미 까마득한

과거…… 입니다만.

 

-반전의 실마리

멸치 똥만 한 지식이나 재능을 가지고 내가 최고인 듯, 중심인 듯 자신만만한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당당히 본인을 믿는 모습, 얼마나 보기 좋아요? 내세울 것도 없고 소심하기까지 한 사람들은 부러워 미치지 않을까요?

그러나 반전은 있을 듯해요. 인용된 시에서도 “빳빳한 저 목”을 “일단 경외”는 한다면서, “단 하나 아쉬운 것”을 은근슬쩍 끌어들입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것”이 “친구가 없다는” 것뿐일까요? 최 교수의 깐깐함 속에도 최 교수만 아는 열등이 턱을 괴고 있을 것 같고요, 화자의 빈정거림에도 질투를 타고 앉은 열등이 엿보입니다. 투덜거림이라 하기엔 화자의 발언이 용기 있어요. 그나마 “나의 어제와 같”다고 반성하는 자세가 있어 조금은 귀엽게 봐 줄만 합니다.

살면서 꼭 위로 높아지는 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바람이 부는데도 바람의 자리를 내어줄 줄 모르고 안쓰럽게 버티기만 하면, 그만큼 외로워집니다. 그만큼 미움이 쌓입니다. 최 교수가 부러지기 직전까지 높아지는 동안, 화자는 “이미 까마득한 과거”처럼 깊어지고 있지 않을까요? 하찮은 생각을 데려다 콤플렉스를 당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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