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풍기인삼축제가 오는 7일부터 9일간 풍기 남원천변을 중심으로 개최된다. 지난해 열린 세계풍기인삼엑스포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아기자기한 행사들이 눈길을 끈다.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마당놀이 덴동어미 화전놀이라든지 주세붕 군수 행차 재현은 늘 보아도 새롭다.

그러나 인삼축제라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시 인삼이다. 풍기 인삼의 우수한 품질이야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성분 검사를 통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국내산 인삼을 지역별로 비교할 적에 소비자의 인지도에 있어서 풍기가 금산에 한 걸음 뒤쳐진 평가를 받는 일은 못내 아쉬운 점이다.

여기엔 품질보다 홍보나 마케팅에서 열세에 기인한다고 보여 지는데, 문제는 상품이라는 게 일단 시장에서 선점하지 못하면 그것을 뒤집는 게 쉽지가 않다는데 있다. 시장의 속성상 한 번 동력을 얻은 상품은 특별히 결격 사유가 없는 한 그 흐름을 이어간다. 그래서 다들 상품을 생산하는 것도 어렵지만 판매하는 일은 더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지도 모른다.

60년대에 맛의 연금술이라 불리던 화학조미료 경쟁에서의 미원(동아화성공업)과 미풍(제일제당)의 관계는 그 좋은 예이다. 후발 주자인 미풍은 미원을 추월하기 위해 거대 자본을 동원하면서 선전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 미풍이 고배를 마시는 것으로 끝났다. 세상에는 완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시장의 생태계라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삼성 이병철 회장이 돈으로 할 수 없는 세 가지를 손꼽으면서 자식 농사와 골프, 그리고 살아생전에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이라고 했을까.

인삼축제는 인삼시장에 있어 그 축소판으로 볼 수가 있다. 시가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해서 홍보를 하고 고객들을 불러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이 풍기 인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는 일은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작금의 성적표를 보면 인삼 재배농가나 영주시의 힘만으로 역부족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세상이 달라지지 않는 한 사람들은 1등만을 기억할 것이다. 그게 자본주의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시장은 전쟁터의 다른 이름이다. 전쟁에서 패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므로 풍기 인삼만의 매력을 찾아 알리는 게 필요하다. 10만 시민이 바이럴 마케팅에 함께 나서 보자. 하다못해 축제기간 중에 우리 고장을 찾는 이들에게 영주의 넉넉한 인심이라도 보여 주자.

한편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무섬외나무다리 축제는 인삼축제와는 결이 다른 소확행의 무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행사 가운데 전통장례 행렬 재연은 무섬 축제의 압권이다. 인간의 마지막 길을 묵직하면서 아름답게 보여준다. 화사하게 꾸민 상여와 죽은 자를 애도하여 만든 깃발의 행렬, 상여를 메고 부르는 상두꾼들이 부르는 소리는 그 자체가 한권의 미학 책과도 같다. 살아서 들어오면 죽어서야 나간다는 물굽이 마을에 얽힌 외나무다리를 건넌다고 생각하면 가슴에 무언가가 맺히는 걸 느낄 것이다.

다가오는 주말, 두 개의 축제가 열린다. 메가폰을 손에 들고 함께 외쳐야겠다. “전국의 장삼이사들이여, 영주로 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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