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고향 찾는 애향인 “직장은 부산이지만 가족은 영주에 정착했어요”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페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제자들과 함께 한국선비문화수련원서 선비문화 수련

융합시대, 전공 구분 폐지 등 대학의 혁신 필요 강조

 

이해관계 충돌 기회는 와도 거절하는 선비정신 ‘굳건’

고향 영주, 인구늘리기 보다 잘 사는 환경 조성해야

동아대 졸업식 사회를 보며
동아대 졸업식 사회를 보며

거의 매주 고향을 찾는 애향인이 있다. 현 부산 동아대 금융학과 이상원 교수가 바로 그다. 올해 연구년(안식년)을 맞아 고향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그를 만났다. 이 교수는 가족적이다. 연구년을 맞아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보내고 있다. 두 딸은 인근 안동의 풍산고에 입학하면서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고 한다. 그는 동아대에서 재무처장으로 대학의 재정을 맡기도 했으며, 대학 교육에 대해선 전공 구분 폐지와 같은 발상도 한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선비정신이 대학생들의 역량개발과 진로에 도움이 되는 점을 파악, 지도 학생들을 고향 영주에 있는 한국선비문화수련원으로 인솔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봉화 산타마을 출생으로 영주 남부초, 영주 대영중, 영주 영광고를 나왔다. 성균관대 수학과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며 주경야독으로 경영학(재무관리전공)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 취득 후 동아대에서 자신의 실무경험을 잘 살릴 수 있는 금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학교로 옮기셨지요? 여의도 증권 쪽에 계셨다는?

수학과를 졸업하고 증권 업무와 은행 업무를 했습니다. 처음엔 은행 전산 업무를 했고 이후 대학원 졸업 후 증권회사(금융공학, 상품개발), 은행(리스크 관리), 컨설팅사(액센츄어) 등에서 16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경력으로는 증권회사에서 가장 오래 근무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대학원을 가게 된 동기가 있나요?

증권사에 입사 시기는 증권사 경기가 좋았습니다. 연봉보다 성과급이 2-3배 정도이던 때였습니다. 모임도 많고 회식도 많았습니다. 모임이나 회식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생각 끝에 업무에 필요한 공부도 할 수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직장생활을 병행 학업이라 애로사항이 많았으나 여러 교수님의 배려로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원을 다니던 시기에는 과제 작성을 위해 주말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주택금융연구원 세미나 기념(왼쪽에서 세번째가 이상원교수.2021년)
주택금융연구원 세미나 기념(왼쪽에서 세번째가 이상원교수.2021년)

아이들이 아빠와 같이 하는 시간이 없었겠는데요?

대학원을 마치고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30대 중후반에 결혼했습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주말부부로 지내고 있고, 40대에 대학교수로 임용됐습니다. 생전에 부모님은 봉화에 계셨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영주에 오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을 뵈러 자주 갔습니다.

자녀가 몇인가요?

저는 위로 딸 둘, 막내가 아들입니다. 아들은 아직 초등생입니다. 딸 둘은 인근 지역인 안동 풍산고에 재학 중입니다. 친구들보다 결혼이 늦다 보니, 아이들도 어립니다.

자녀가 셋이군요. 결혼이 늦었지만 애국자입니다(함께 웃음). 딸들은 사립고인 풍산고 재학?

풍산고는 딸들이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일반고이지만 자사고처럼 운영하며 전원 기숙사 생활입니다. 딸들도 학교생활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학교 시설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괜찮다고 봅니다. 코로나 펜데믹 기간에도 오프라인 수업에 체육대회, 축제 등 많은 활동을 한 것으로 압니다. 큰딸은 올해 고3인데 기숙학교 내에서 학생들이 코로나에 감염됐을 때에도 홀로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독성학에 관심을 가지고 화학 분야로 진로를 잡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막내아들만 감염 경험을 했습니다.

큰 따님이 독성학에 관심이 많군요. 우리나라는 학제 간 연구가 활발치 않은데 새로운 관점에서 새로운 업적을 이루길 기원합니다. 애향인 코너에서 만난 김덕호 교수는 기계공학 출신으로 세계 최고 의과대학 존스홉킨스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벤처설립도 했더군요.

우리나라는 학문간 괴리가 심합니다. 융합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례로 의학도 AI와 융합돼야 합니다. 메스 수술 기피 풍조가 확산하면 로봇 수술 확대가 필요할 것이고 앞으로 기계공학, IT 및 의학은 서로 융합돼야 할 겁니다. 이런 트렌드에 맞게 대학도 많이 변화해야 합니다. 학과를 고수하려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고, 학과 간 구분이 꼭 필요한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 정주대학과의 학술대회(왼쪽줄 좌측에서 다섯번째가 이상원교수 2016년)
중국 정주대학과의 학술대회(왼쪽줄 좌측에서 다섯번째가 이상원교수 2016년)

학과 구분을 하지 않는 대학, 패러다임 전환적 개념인데요?

학생들이 세부 전공을 정하지 않고 수강하고 싶은 과목을 수강하고 수강 과목을 평가받아 그에 맞는 학위를 수여하면 됩니다. 그러려면 교육부 정책도 변화해야 합니다. 현 대학입시도 걱정입니다. 일례로 사회과학 전공 학생들은 수학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걸로 압니다. 경제학과 경영학은 미적분을 알아야 제대로 수강할 수 있는 과목이 많습니다. 미적분이 선택이다 보니 학생들이 뒤늦게 미적분을 활용한 공부를 하느라 힘들어합니다.

공부가 어려우니 학생들은 ‘우리가 왜 이걸 해야 해?’라 합니다. 우리 기성세대의 책임이 큽니다. 공부 좀 한다고 하면 의대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가 많은데 이 또한 반성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IT, 전자, 기초과학 등을 등한시하면 국가 경쟁력이 머지않아 중국에 밀릴 것 같아 걱정이 큽니다.

스마트폰을 처음 설계한 스티브잡스는 대학의 정규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수업만 찾아서 했다고 하더군요. 미등록 청강이었지만(함께 웃음)

그렇습니다. 스마트폰은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학문 간 경계가 배타적인 제도권 내 학교 교육을 받았더라면 그런 혁신적 발상은 힘들었을 겁니다.

이 교수께서 재직 중인 대학은 어떤가요? 우리나라 전통은 교육이 기본적으로 국가의 책임이고 사학도 지역사회의 책임이 기본이었는데...

기본적으로 재정은 학교 책임입니다. 우리 대학은 유사학과 통폐합, 정원조정 등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학교육 또한 수도권에 집중되다 보니 지역의 대학은 일반인들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우리 대학은 학생 수가 2만 명입니다. 영남대와 규모가 비슷한 수준이나 오래전 등록금 인상 기회가 있어도 인상하지 않고, 그 후 10년 이상 등록금 동결로 재정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입니다. 비록 재정 건전화를 위해 올해 등록금을 인상했으나 아직도 다른 사학에 비해 등록금 수준이 낮습니다.

앞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초중고 교육을 관장하는 교육청 예산은 증가하고 있으나 고등교육 지원으로 돌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산 전용과 같은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이 기업 요구 수준의 인재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산업체와 대학이 같이 커리큘럼을 조율하는 방식을 택하면 됩니다. 산업체 임직원이 와서 특강 몇 번 했다고 산학연계라고 하면 안 됩니다.

정년이 10년 남았나요? 퇴직 후 계획을 세우기엔 너무 빠른가요? 퇴직하시면 고향으로 돌아오셔서 고향발전에 기여하시길 강권합니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습니다만, 정년 후 대학 강의는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역사회에서 일반인을 위한 강의나 지역발전을 위해 제가 필요한 일에는 참여할 생각입니다.

교수로 계시면서 자문 등 컨설팅 기회도 많지요?

그럼요. 공기업, 공공기관, 일반기업 컨설팅이나 심사를 많이 합니다만 컨설팅한 업체를 평가하는 것과 같은 이해관계 충돌을 조심합니다. 영주시에서도 입찰평가위원 위촉과 같은 제안이 옵니다만 현재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선비정신을 갖고 계시군요. 영주시는 현재 인구 10만 이하로 인구가 줄어든다고 비상입니다.

주민등록 옮기기 운동하던 도시도 있었습니다만 주민등록 이전 운동보다 인구 10만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봅니다. 최근 유치한 베어링 국가산단도 제대로 추진해야 합니다. 유치만으로 인구가 유입되지 않습니다. 영주시가 정주 여건, 교육 환경, 의료 시설 등 보다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주민등록 인구증가 노력 외에 체류 인구 증가도 중요합니다. 산림치유원 다스림에는 좋은 프로그램과 시설이 있는데 모르는 외지 사람이 많습니다. 지역 소재 대학과 지역 산업을 묶는 연계 학과 개설 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소백산과 묶어 음식, 산림치유, 힐링, 농업치유, 고령화에 따른 평생교육 등등.. 선비의 고장에서 효문화진흥원 포기 소식은 안타까웠습니다.

중앙시장 도시재생사업 실패도 안타까운 사례입니다. 도시재생은 외관 변경이나 건물 몇 채 리모델링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민들도 가지 않는 중앙시장 도시재생 사업에 대해 철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할 겁니다. 저희 가족도 자주 갑니다만 이웃 단양의 구경시장과 비교하면 항상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셨는지요? 엄한 분위기?

어릴 때 사진
어릴 때 사진

아버님은 조용하셨고 어머니는 외형적이셨습니다. 위로 누님이 네 분 있는데 누님들이 아버지나 어머니께 매 맞거나 혼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기껏 ‘이눔이...’라며 등을 툭 건드리는 정도였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으로부터 매 맞았거나 혼난 기억이 없습니다. 기껏해야 때리는 시늉만 하셨습니다(함께 웃음).

어릴 때의 추억 하나 소개하시면?

누나들이 학교에 가니 저는 취학 연령이 아닌 6살에 초등학교에 가려고 떼를 썼습니다. 교감선생님이 노래 부르면 입학시켜주겠다고 하셔서 교감 선생님 책상 위에 올라가서 노래 불렀습니다. 받아쓰기 0점 받고 어머니께 0점 받은 걸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드렸지요(함께 웃음). 2학년 올라갈 즈음에 어머니께서 저를 1학년부터 다시 다니게 하셨습니다.

                                                                황재천 프리랜서 기자

 

 

 

 

 

 

 

 

 

이상원 교수 프로필

- 봉화 분천초등학교 입학, 영주 남부초등학교 졸업,

  영주 대영중학교 졸업. 영주 영광고 졸업.

- 성균관대 수학과,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 재무관리 박사

- (현) 동아대 금융학과 교수/ 재무처장 역임

- (현/역임) 공공기관. 공기업. 사기업 자문 위원. 전문위원. 기술위원. 심사위원.

  평가위원

- (전) 증권 경력(키움증권, SK증권, 교보 증권) / 키움증권 부장 퇴사

- (전) 은행 경력(KB데이타시스템, 부산은행)

- (전) 외국계 컨설팅사(액센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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