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에 애물단지를 하나 고르라면 상당수의 시민들이 판타시온을 떠올릴 것이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해엔 특히 워터파크의 부재가 여간 아쉬웠던 게 아니다. 2008년 개장했으나 그것도 잠깐, 얼마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났고 그리고 십수년 동안 낙찰과 유찰을 반복하면서 사업의 재개는 요원하기만 했다. 그동안 방치된 콘도미니엄 등의 시설은 흉물처럼 변해버렸다.

그러던 판타시온을 3년전 소백산 리조트가 인수하였고, 지난해 11월에 사업 시행자 변경 신청을 내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그리고 지난 11일에는 기존 사업 시행자 지정 취소가 고시됐다. 사업의 실시계획 승인 이후 장기간 공사 중단 등 기존 사업자의 사업 시행이 불가하다는 사유였다.

다시 기지개를 펴는 판타시온의 행보는 얼마전 영주댐 준공과 함께 첨단베어링 국가산단 사업계획 승인에 이은 반가운 소식이다. 앞이 한 치도 보이지 않았던 지금까지의 상황에 비교하면 분명 괜찮은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냉정하게 보자면 판타시온 재개장의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보인다. 신규사업 시행자로 지정되기 위해서 밟아야 할 절차가 수두룩하다. 환경․재해․교통 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산지와 농지전용 개발행위 허가등도 다시 받아야 한다. 일부 경매 처분된 부지도 다시 사들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거의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또한 현재 소송중인 유치권 등의 법적 분쟁의 해결도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시민이 걱정해야 할 사안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사업비 마련도 사업 시행자 입장에서는 숙제일 것이다.

남겨진 과제가 하나 더 있다. 앞서의 난관을 모두 패스했다손 치더라도 사업의 수지(收支)를 맞추는 중요한 일이 남았다. 사업 수지는 곧 사업의 지속성에 관한 문제에와 결부된다. 물론 10여년 전과 비교해서 영주의 관광 환경이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스파(spa)와 리조트 사업은 휴양시설이라는 특성상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산업이다. 최초 사업자인 이앤씨건설(주)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비수기시 수익성 확보 대책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당연히 사업 시행자는 이를 보완할 사업 아이템을 준비를 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염려가 되어 덧붙인다. 어쨌거나 소백산 리조트가 넘어야 할 거친 파고는 역시 돈과 시간으로 압축된다.

지난달 31일 기공식(준공 미승인 건물에서 기공식을 개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에서 소백산리조트 대표의 발언은 주의를 끌만하다. 그는 판타시온(현 소백산영주스파리조트) 사업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긴다며 기업인 특유(?)의 결기를 보였다. 사실 정치인의 말이라면 공언(空言)처럼 들릴 수도 있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가 공언(公言)했듯이 미운 오리새끼처럼 여겨진 판타시온이 사실은 백조였음을 증명하는 마법이 일어날지는 예의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모쪼록 기업인의 말이 정치인의 말과는 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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