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작농 집안서 ‘못다한 배움 채웠다’

형, 고교교사 퇴직 후 문학박사 학위 취득...안정면 귀농

경기도서 사업 중인 동생도 공학박사 학위 취득 ‘겹경사’

큰오빠 배움의 열정 자극, 막내 여동생도 박사학위 준비 중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 형제가 2014년과 2023년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고향마을 100여 주민들이 축하 현수막으로 마을 입구에 내다 걸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있다.

형 황원섭
형 황원섭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42년간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못다 한 배움을 채우고자 국제 뇌교육종합대학 대학원을 편입, 2014년 8월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21년 고향인 안정면 대평리로 귀촌해 마을공동체 생활에 여념이 없는 형 황원섭(65)씨다. 그는 귀촌 후에도 자신의 생가이며 아버지의 살림집을 사들인 뒤 새롭게 단장을 하고 틈틈이 자신의 전공으로 여가 선용과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형 원섭씨에 이어 경기도 안양에서 건설조경업을 하고 있는 동생 부섭(62)씨도 지난 8월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경사가 겹친 것.

동생 황부섭
동생 황부섭

“나물 날 곳은 잎새부터 다르다”는 옛 속담처럼 그의 인간승리는 예고돼 있었다. 1990년에 작고한 이들 형제의 아버지는 오른손이 없는 장애를 딛고 밤을 낮 삼아 일을 하면서 슬하의 5남매를 모두 대학까지 졸업을 시켰다. 이들 5남매도 몸에 베인 근면성실로 모두 자수 성가해 소문난 효자효녀로 소문나 있다.

아버지 황씨는 잠에서 깨면 300여 미터 떨어진 재 넘어 사과밭에 지게로 17번이나 거름을 나르고 소에게 여물을 끓여 먹인 뒤에도 날이 안 새더라는 일화가 대평리에는 전설처럼 전해져오고 있다.

또, 황씨 5남매가 성공한 인생으로 성장하기까지 헌신적으로 가정의 화목과 인간승리를 일궈온 이는 그의 모친 김경애(2021년 작고)여사다.

의성김씨 학봉 선생의 자손답게 농촌 아낙으로는 드물게 학문을 갖췄으며 90평생을 살면서 큰소리 한번 내지 않은 인자함과 지혜와 설득으로 다섯 남매를 키워 왔다. 특히 김 여사는 다리를 절룩이는 장애를 지녔음에도 자신보다 남의 불행을 먼저 살피며 집안 대소사와 마을 일에 헌신적으로 앞장서 왔으나 둘째 아들 부섭씨와 막내딸의 학위취득 소식은 끝내 접하지 못한 채 2021년 91세를 일기로 남편 곁으로 떠났다.

큰오빠의 학위취득 소식에 자극을 받은 막내 여동생 선연(52)씨도 2년 전 큰오빠가 나온 국제 뇌 교육대학 종합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데 이어 현재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형제들을 두고 마을 주민들은 “어렵게 지내던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배움의 열정을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비록 고향은 오래 떠나 있었어도 자라온 환경을 너무 잘 알기에 마을의 큰 경사이자 자랑”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저작권자 © 영주시민신문(www.yjinews.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