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 (수필가)

20세기 신이 내린 선물로 각광받으며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플라스틱, 어딜 가나 친숙한 모습으로 만나게 된다. 우리가 먹고 마시며 즐기는 곳곳에 플라스틱이 자리한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플라스틱은 가구, 가전, 음료, 의류, 자동차, 항공기, 장난감, 문구, 신발 등 우리 일상에 아주 유용하게 관여돼 있다. 대형마트가 시장을 점령하면서 가히 폭발적이라 할 만큼 플라스틱 종류는 다양해졌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인 플라스틱은 강과 토양, 바다 등 생태계를 오염시키며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간혹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 일반화되기까지는 쉽지 않을 듯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생 가능한 원재료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이다. 사용 후 폐기물은 조건을 갖춘 시설에서 퇴비화시킬 수 있어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분류된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쓰레기 섬이라 불리는 이 섬은 전 세계 바다에 버려진 부유성 쓰레기들이 바람과 해류의 순환에 따라 집결된 곳으로 대한민국 면적의 15배에 달한다. 국제환경연구기관인 ‘오션클린업 파운데이션’에서 3년간 쓰레기 섬을 연구한 결과 쓰레기는 약 1조 8,000억 개로 무게는 8만 톤이나 된다고 한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시간이 지나면서 분해돼 미세플라스틱이 되는데, 이를 먹은 생선을 결국 인간이 먹게 돼 몸속에 흘러들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플라스틱이 어떤 질병을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최근 음식을 주문하면 대부분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배달되는 것을 보게 된다. 회수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편리성 이면에 드러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플라스틱은 생태계 위협 물질로 토양에 축적되면 유해 화학 물질을 생성한다. 그렇다고 플라스틱 사용을 당장 금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용을 줄이거나 지정된 장소의 분리배출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플라스틱 사용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증가세를 보였다. 배달음식은 대부분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주문 장소에 도착했으며, 카페에서도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 용기가 주를 이뤘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됨에 따라 감염 예방과 개인위생이 급선무라 플라스틱 용기에 식음료를 담아줘도 불평이 없었다. 간혹 그것을 당연하다는 생각까지 했다. 시대와 잘 맞아떨어졌는지 플라스틱 용기는 날개 돋친 듯 확산돼 나갔다.

필자 역시 배달음식과 카페 이용이 잦다 보니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식음료를 자주 먹었다. 지금까지 먹고 마신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쳤을 유해를 생각하니 무분별하게 이용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는다. 문제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플라스틱 용기가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편리성이 부각된 채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달음식에 맞춤 된 듯 용기는 모양과 실용에 힘입어 더욱 발전하는 추세다. 나날이 쌓여가는 일회용 플라스틱은 지금 우리에게 직면한 환경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국에서 하루에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이렇게 많을진대 우리는 과연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플라스틱은 저렴하면서도 편리해 누구나 쉽게 찾는 용품이다. 하지만 그 편리성 때문에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과 맞닥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다가올 미래가 두렵기까지 하다.

이렇듯 지구는 아파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우리는 환경파괴에 대해 반성은커녕 더 편한 것만 추구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몸 구석구석에 쌓여가고 있음에도 그 위험성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파괴의 주범인 인간, 자연으로부터 역습 을 당하지 않으려면 당장이라도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 비록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지구를 살리는 데 작은 보탬이라도 되려면 텀블러 같은 휴대가 가능한 용기를 늘 소지하는 거다.

익숙지는 않지만, 습관을 들이면 어려울 것도 없다.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역습 맞는 일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구를 살리는 우리의 첫 번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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