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율 (동양대학교 교수)

‘우순풍조(雨順風調)’라는 말이 있다. ‘비가 때맞추어 알맞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분다.’라는 뜻이다. 특히 하늘에 절대적으로 의지하고 있는 농사의 경우에는 이런 환경보다 더 좋은 조건이 없다는 것이다. 때로는 풍조우순(風調雨順)이라고도 한다.

바람과 비로 대표되는 기상과 기후는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농업과 절대적으로 관련이 있다. 나아가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유리나 비닐하우스를 짓고 지하수를 퍼 올려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비와 태양과 같은 빛과 물의 효능을 능가할 수 있는 대체제(代替財)는 없다고 본다.

다시 말하면 노지(露地)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하우스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풍미와 때깔을 견주어보면 이를 쉽게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이들은 또한 사람의 인식과 사상, 철학이나 문화와도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의 뉴스를 보자면 우리에게는 어둡고 절망적인 소식만 자주 들려오고 있다. 우불순풍불조(雨不順風不調)를 넘어 기상이변(氣象異變)과 이상기후(異常氣候)가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최근이 아니라 이미 상당한 시간 전부터 기상이변과 이상기후가 우리도 모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런 상황은 갈수록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거의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확산, 고착되어 가고 있다. 그야말로 지구촌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어떤 개인이나 나라도 예외가 없이 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걱정이고 앞으로 이 땅의 후손들에게 너무나 큰 부담을 물려주는 듯하여 기성세대로서 면목이 없는 일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가 이렇게까지 극대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전적으로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살다 갔거나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들의 분수와 절제를 모르는 무한 욕망 추구가 낳은 자초지화(自招之禍)지 결코 하늘이 내린 재앙이 아니다. 비천강앙(非天降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을 단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재화, 아무렇게나 마구 대해도 된다는 단견 내지는 관견(管見), 즉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무분별하고 단세포적인 생각과 태도, 자세에서 기인한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자연이 인간의 행위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니 자연은 응당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처럼 안이(安易)하게 생각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것이다.

두레박이 한 방울의 물로 넘치지 않고 많은 물방울이 모여 한 두레박을 다 채웠을 때 비로소 넘치는 것처럼 한계상황을 넘긴 자연은 인간이 예상치 못한 무서운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보복(報復)이다.

⌈서경(書經)・태갑중(太甲中)⌋편에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천작얼(天作孼)은 유가위(猶可違)이니와 자작얼(自作孼)은 불가환(不可逭).’이라고.(하늘이 지은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도망할 수가 없다.) 인간의 의지가 개입되지 않고 순수하게 자연적으로 일어난 재앙(災殃)은 혹 피해 가는 방법이 있겠으나 인간의 탐욕이 개입되어 자연의 질서를 흔들어 놓은 재앙은 도저히 도망할 수가 없고 고스란히 재앙을 감내(堪耐)해야 한다는 말일 것이다.

그야말로 ⌈맹자(孟子)·양혜왕하(梁惠王下)⌋편에서 증자(曾子)가 말한 것처럼 ‘출호이자(出乎爾者) 반호이자야(反乎爾者也)’(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되돌아간다.)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랴?

그러면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내가 이런 재앙을 당해야 하는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마치 법(灋)을 내가 동의해 만든 것은 아니지만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앞서 살다 간 사람들이 자행(恣行)한 무분별한 행위로 인해 빚어진 재앙 역시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다.

‘낙화(落花)는 난상지(難上枝)요 복수(覆水)는 불부수(不復收)’라 하였다. 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올라가기가 어렵고 엎어버린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가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는 작금에 나타나는 이상기후를 그 이전의 상태로 되돌려 놓는 수밖에는 달리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주위에는 내가 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그만이라는 극단적 이기주의자가 너무 많다. 현실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말이 있다.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Lorenz, E. N.)가 사용한 용어이다. 이 말은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전체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르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이처럼 우리 지구촌에 살고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안이하고 무분별하며 이기적인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나와 내 사랑스러운 후손들이 살아갈 아름다운 지구환경과 쾌적한 기후를 만들기 위해 나비의 날갯짓을 하는 운동이 우리 주변에서 빨리 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래서 정말 이 땅에 진정한 우순풍조(雨順風調)가 구현되어 사람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영원히 아름다운 삶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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