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코만 남았다

                      -이상교

엘리베이터에

전기구이 통닭이

탔다 내리고

 

짜장면과 탕수육이

탔다 내리고

 

불고기 피자 한 판이

탔다 내리고

 

이제 엘리베이터에는

코만 남았다.

 

 

-재치도 남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듯이, 수많은 냄새도 만납니다. 역시 동심은 다른 걸까요? 텁텁한 냄새, 시큼한 냄새, 심지어는 똥 냄새까지 뒤섞여 있는 좁은 공간 안에서 오로지 배달 음식의 달콤한 향내만 건져 올렸습니다. 공감과 순수함만 태운 기차처럼요.

이런 코, 저런 코! 코만 화들짝 열려 있는 엘리베이터를 내리며, 엄마 치맛단을 붙잡고 늘어질 아이들도 몇몇은 되겠지요? ‘우리도 시켜 줘요, 우리도 시켜 먹어요.’ 아이들의 응석이 커질수록 배달 음식도 “탔다 내리고/ 탔다 내리고”를 반복하겠지요.

어린이들을 위한 시인데도 어른들이 더 즐겁게 읽습니다. 뭘 가르치려고 하지 않아서, 생각이나 반성에 얽매이게 하지 않아서 그런 걸까요?

땡볕조차 지치고 늘어지는 한여름, 달콤함과 순발력으로 덮어쓴 동시를 읽다 보면 무더위도 풀썩 엎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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