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 전공으로 시작, 세계 최고 의과대학 교수되다

여느 지방 중소 도시처럼 영주도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어 지방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국이 각종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인구증가 정책이 출산장려와 귀농 귀촌 운동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귀향운동으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지역 출향인은 대략 3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에 본지는 이들 출향인이 은퇴 후 자신이 평생 직장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을 귀향을 통해 고향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애향인 인터뷰를 마련했다. 이번 애향인 인터뷰를 통해 인구증가를 위한 귀향정책과 지역발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편집자 주>

 

2023년 우주에서 줄기세포기반 인공심장칩 실험

신약개발 대전환을 이룰 신약개발 플랫폼 개발 박차

고향에서 불러주면 후배들의 진로를 위한 강연도

영주시는 나라를 바꾸기 위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회헌 안향과 새 나라를 설계한 삼봉 정도전을 비롯, 수많은 인재들이 계속 배출되어 나라 발전과 국민 삶의 질 개선 공적을 쌓았다.

이제 글로벌 시대 환경을 맞아 글로벌 세상에서 주목받는 활동하는 애향인도 있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김덕호 교수가 그런 인재이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은 의과대학에서만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세계 최고 의대이다.

포스텍 총장 일행 존스홉킨스대학 방문시(2022 왼쪽이 김교수)
포스텍 총장 일행 존스홉킨스대학 방문시(2022 왼쪽이 김교수)

줄기세포 기반 인공심장칩 개발

금년 우주로 발사된 스페이스X-27 에는 미국 국립보건원 및 미국 항공 우주국(NASA) 공동과제 프로젝트가 있다. 이 프로젝트 속에는 존스 홉킨스 의대 생명공학과 김덕호 교수팀의 연구가 있다. 김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개발한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 기반의 인공심창칩(Heart Tissue-on-a-chip)이 우주선에 실린 것이다. 우주의학(Space Medicine)은 글로벌 최첨단 분야이다.

그동안 쥐와 같은 동물 세포 관찰과 우주 임무 전후 우주 비행사의 혈액 분석이 우주여행의 인체 영향 연구의 표준이었다. 동물 모델을 이용한 방법은 생명윤리적 문제가 있고 종간 차이 문제로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김 교수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할 수 있도록 인간유도만능줄기세포를 심근세포로 분화하여 조직을 형성하고, 실시간으로 심장기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통합한 인공심장칩을 개발하였다.

김 교수팀의 인공심장칩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내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의 노화과정과 심장 건강 상태를 조사하고 심장질환 치료 개발을 위한 중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김교수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심장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를 확보해 인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참고로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신체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체세포를 배아줄기 세포와 같은 성질의 줄기세포로 역분화시켜 얻어낸 세포이다.

 

5남매가 부모님 산소 앞에서 풍기시가지 배경으로
5남매가 부모님 산소 앞에서 풍기시가지 배경으로

아버지 영향 받아 공부에 ‘진심’, 의생명공학 ‘개척’

김 교수는 5남매의 막내로 영주시 풍기읍에서 태어났다. 그의 선친은 영주시 금계중학교 교사로 평생을 후진 양성에 바쳤다. 그의 선친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공부하라고 매를 들거나 야단치지 않았다. 자녀들이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귀 기울여준 분이었으며 강요하기보다 질문을 하는 분이었다.

전공이 사회였던지라 사회에 나아가 사회를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걸 이야기했다. 금계중학교에서도 제자들에게 ‘무서운 선생님’이기보다 성장을 지켜봐주고 잘 하는 걸 칭찬해주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

김교수의 부모님은 자녀 교육열이 대단했다. 빠듯한 교사 월급으로 교육비가 제대로 충당될 리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사모님’을 벗어나 돈이 되는 장사를 하였다. 풍기의 특산품인 인삼를 팔아 자녀의 교육비에 보탰다. 부모님의 고생을 보며 형제들은 공부 자극을 더 받았다. 형제들은 지금도 만나면 부모님이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셨던 추억을 이야기하곤 한다.

김 교수는 풍기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고 서울로 전학했다. 서울에는 큰 형이 대학을 다니고 있었고 작은 형이 재수를 하고 있었다. 김 교수의 서울행은 형제간 우애가 깊었던 형들과 함께 있고 싶은 그의 바램도 작용했다.

김교수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었다. 부모님이나 같이 생활하던 형들도 특별히 공부에 대해 닦달을 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학습하며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성적이 목적이었다기 보다 공부 자체를 좋아한 걸로 보인다.

그는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대학원도 기계공학 전공으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교수가 의학 및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 4학년 때 선친의 갑작스런 심장마비 별세와 관련이 깊다. 인공심장칩 연구에 매진한 것도 부친의 별세가 심장질환에서 기인하였기에 동기부여가 되었다.

또 그의 집안은 대대로 한의사·한약 분야에 종사를 했으며 이런 집안 내력은 그가 추후 미국으로 유학가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연구와 바이오기술 벤처기업을 창업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유학가기 전 충분한 연구경험을 쌓기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및 스위스연방 취리히공과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며, 반도체공정 및 나노기술을 생명과학에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박사학위는 의과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인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의생명공학으로 받았다. 의생명공학은 의학, 생명과학, 공학이 모두 융합된 분야이다.

창업초기 회사 관계자들과(맨 왼쪽이 김교수)
창업초기 회사 관계자들과(맨 왼쪽이 김교수)

워싱톤 대학 교수 재직 시 벤처기업 ‘큐리 바이오(창업 당시 이름은 NSB)’ 창업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는 미국 시애틀에 있는 워싱톤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로 부임했다. 워싱톤대학교 재직 중 개발한 연구실 기술을 이전하여 바이오벤처기업 ‘큐리 바이오(창업 당시 회사명은 나노 서피스 바이오 메디컬(NSB))’을 창업했다.

2015년 창업한 이 회사는 생명과학 및 질병치료제 개발에 혁신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바이오의료기기 상용화를 사업으로 한다. 동 벤처기업은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김교수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있다.

회사 설립 시 워싱톤대학교 캠퍼스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시설 안에 있던 큐리 바이오는 시애틀 다운타운 워터프론트에 5천 평방피트 규모로 크게 확장 이전하고 직원들도 대폭 늘렸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지금까지 누적으로 천만 달러 규모의 그랜트를 받으며 기술성을 인정받았고, 미국 연방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명예로운 Tibbetts 상을 수상하였다. 큐리 바이오는 기술성 및 사업 성장성에 주목을 받아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도 큰 규모의 벤처투자를 미국 및 한국 벤처캐피털에서 유치하였다.

큐리 바이오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 인체 내 장기와 유사한 기능을 발휘하는 인공장기칩을 개발해 전임상 단계 신약 개발 과정에서 미리 약물의 유효성 및 독성, 부작용 등을 평가할 수 있는 플랫폼기술 개발 업체이다. 이 기술 개발이 완료되면 기존의 동물 모델 중심의 전임상 평가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대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

큐리 바이오의 신약개발 플랫폼은 현재 심장, 근골격계, 말초신경계 모델에 특화되어 있는데,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동물이 아닌, 환자의 질환을 모사하는 질명 모델이 필요하며 앞으로 중추신경계를 포함한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글로벌 제약회사들과 파트너쉽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5남매가 같이 부모님 산소 참배
5남매가 같이 부모님 산소 참배

고향에서의 추억과 형제애

김교수는 매년 한국 방문을 하며 학술대회 강연, 멘토링 등을 통해 고국의 과학기술발전과 차세대 학생들의 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학술 행사 참여로 한국에 오면 짬을 내어 형제들과도 만난다.

지난해 안동에서 개최된 경북바이오산업엑스포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했는데, 학회 후 주말을 맞아 5남매가 영주시에 있는 부모님 산소(풍기읍 공원산)에 들렸다. 형제들과 만나면 부모님이 고생한 이야기를 비롯 고향에서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기간 대부분을 풍기초등학교에서 보냈는지라 초등 동창들과도 연락을 한다.

김교수는 조카들에게 자상하고 진로와 관련 조언을 많이 한다. 친구처럼 격의 없이 대하는지라 조카들이 삼촌을 좋아한다. 형제들이 만나면 벤처사업 이야기나 연구 이야기 보다는 형과 누나들의 건강을 당부하고 세상 이야기를 하는 게 주제라 한다.

형과 누나들은 동생에게 묻지는 않으나 동생이 하는 일이 언론에 소개되는 걸 보고 자랑스러워한다. 형과 누나들은 김교수가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동생인지라 뿌듯하다 한다. 조카들에겐 미래를 이야기하고 형제들과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김교수의 형에게 김교수가 학교 공부만 잘 했는지 물었다.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며 운동도 잘 했다고 한다. 소위 성적을 위한 학교 공부만 하던 아이가 아니었다고 한다. 미술이나 음악 등 예능 분야는 인간의 창의성 개발에 큰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그의 현재 활동과 관련 있어 보인다.

그가 글로벌 무대를 배경으로 창의적 연구를 하고 벤처를 창업한 건 예능의 창의성과도 연결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든다. 운동은 그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체력으로 이어졌다.

고향 후배들을 위한 조언

김교수에게 고향의 후배들에게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인문학적 소통 능력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지구 기후 변화 등과 같은 인류과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도 글로벌패권경쟁 가운데 핵전쟁 등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도 차세대 지도자들이 더욱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독서를 권장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위인전의 독후감 쓰기도 권한다. 독서를 통한 성찰의 과정에서 사고능력도 키우고, 롤모델의 찾아 본인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고,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에 맞게 생명공학과 컴퓨터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다.

지금 같은 글로벌 시대에는 서울과 지방 중 어디냐가 중요하지 않으며 지방에서도 세계 시민으로 세계를 무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언어인 영어로 소통하고 인터넷을 활용하여 정보를 수집, 분석할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꿈과 희망을 가지는 게 중요하고, 아이들의 꿈과 희망에 좀 더 귀 기울이며, 지원해 줄 수 있는 주변 환경이 필요하다고 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걸 본지라 가슴 아픈 지적이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진로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 교육당국, 지자체 등도 참고해야 할 말이다.

그는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를 결합한 지식기반의 최첨단 융합 분야에 대한 관심 및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한다. 그는 글로벌화되면서 동시에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으로 인한 상호 견제와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세력간 갈등 속에서 한국의 국익 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이야기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우방이며 미국의 최첨단 생명공학과 한국의 반도체 및 배터리 기술 등이 협력하는 한미기술동맹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과 기술동맹을 강화할 때, 한국인은 교육열과 근성이 있으니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과 도약의 큰 지랫대가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스위스는 한국 보다 인구도 많이 적고 부존자원도 별로 없으나, 2차 세계대전후 제약, 생명공학, 정밀공업 등 지식집약적이고 고부가가치 산업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인재를 육성하여 세계적 선진국으로 도약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김덕호 교수
김덕호 교수

공부 상위 1%의 의대진학 쏠림에 대해 걱정했더니 김교수는 크게 걱정할 게 없다고 한다. 수능성적 상위 1~3%가 아니더라도 좋은 역량 및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으며, 수능 시험 성적은 당일 컨디션에도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의대 졸업자가 병원에서 진료의사가 되는 진로 뿐만 아니라 기초 의학 연구자로 종사하고, 제약 및 바이오산업 분야에도 진출하고 활약을 할 기회가 많이 생긴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김교수에게 고향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의뢰하면 해 줄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는 고국에서 대중 강연은 아직 해본 적이 없지만, ‘기꺼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했다.

                                                                                     황재천 프리랜서기자

 

김덕호 교수 프로필

- 풍기초등학교 5학년 마치고 전학

- 서울 도성초등학교, 역삼중학교, 서울고등학교

- 포스텍(포항공과대) 기계공학과 졸업,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석사

- 2010 Johns Hopkins University, Biomedical Engineering(의생명공학) 박사

- (전)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

- (전)University of Washinton 교수

- (현)큐리바이오 이사회 의장

- 2015 나노 서페이스 바이오메디컬 (현 큐리 바이오) 창업

- (현)Johns Hopkins University 의생명 공학과 교수 및 미세생리시스템연구센터 소장

- 저서 : 유수 과학저널에 150여 편의 논문을 게재

- 특허 : 3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 등록.

- 수상 : 미국 심장재단 ‘젊은 과학자상’, 미국 의생명공학협회 ‘신진혁 신과학자상’, 재미한인과학기술 자협회(KSEA) ’젊은과학기술자 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 ‘올해 의 공학인상’, IEEE 나노의학 ‘혁신가상’

한미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올해의 공학인상 수상(2022)
한미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올해의 공학인상 수상(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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