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사에겐 정보가 생명이고 말 한마디가 신용이죠”

능금농협 퇴직 후 풍기농협 경매사로 ‘인생2막’

정보 부족은 곧 농민 손해 직결, 정보수집 생활화

 

“제가 평생 월급쟁이로 살다 보니 돈과는 인연이 없지만 지역 농민들에겐 좋은 일 참 많이 했습니다”

풍기농협(조합장 이인찬) 백신공판장에서 근무 중인 박용길(67) 경매사의 말이다.

‘경매사에겐 정보가 생명이고 말 한마디 자체가 신용’이라는 박 경매사는 “평소 전국 과일 시세는 물론 작황까지 파악해야 하며 시세의 흐름을 전망해 시중 경기까지 숙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2년 대구경북능금농협에 입사해 대구, 청송, 영주 등지의 지소장을 거치면서 영주가 좋아 영주지소로 지원, 유통 상무를 마지막으로 31년 간의 직장생활을 마감했다. 경매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퇴직 후 당시 풍기농협 서동석 조합장의 권유로 다시 풍기농협에 입사해 11년째 몸담고 있다. 박 경매사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매사 자격증이 인사 평점에 1.5점이 반영돼 2000년도 자격증을 땄더니 그 자격증이 노후 생계 수단이 될 줄은 몰랐다”고 웃었다.

“경매사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해요. 농민들은 지나쳐 듣지를 않거든요”

아침 9시부터 경매를 하고 오후 시간대에는 주로 14명의 자체 중매인들과 정보를 나누거나 인근 청과상회 경매사 또는 농민들과 냉면 한 그릇을 나누며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경매사의 정보 부족은 곧 농민들의 손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아예 백신지점 2층 경매사사무실을 사과인들의 사랑방으로 바꾸고 정보수집을 생활화하고 있다.

“과거 수지식 경매시절엔 중매인들의 손짓을 다 읽지를 못해 실수를 한 적도 많지만 전자경매가 보편화되면서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누른 최고가를 읽어 주는 수준입니다. 또, 전자경매란 빠르고 정확하지요”

대구가 고향이지만 세상에서 영주가 가장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그는 영주에서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했다.

“31년간 사과인들과 함께하면서 좋은 일들도 참 많았지요. 2002년 국무총리상을 시작으로 지사, 시장, 군수상을 모두 받았고 중앙언론은 물론 지역 언론까지 보도되면서 사과인들 사이에서는 시장 군수보다 더 유명인이 됐지요”

올해 아오리사과는 작황은 다소 부진하지만 평균 시세가 지난해 오늘과 같은 5만 8천원이나 저장사과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빠른 5월에 끝이 났고 냉해와 우박 등의 피해로 자두작황이 대흉년을 맞고 있어 여름 사과 시세는 강보합세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노후 전원생활을 위해 예천군 효자면에 2천800평의 사과밭을 마련하고 농장 이름도 ‘운곡 농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전국 수천 명의 경매사 중 자신이 가장 나이가 많다며 껄껄 웃는 그의 얼굴에는 세월의 무게가 곱게 내려앉아 있었다. 동갑내기 부인 하귀영(67) 여사와의 사이에는 남매를 두었으나 모두 출가하고 둘만의 오붓한 노년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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