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북북부지방엔 과장없이 물 폭탄이라고 할 수 있는 집중호우가 내렸다. 예천군, 봉화군, 문경시 그리고 우리 고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주민들은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고 표현했다. 아마도 물난리라는 게 이번 폭우 같은 케이스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피해도 적지 않았다. 산사태 등으로 경북지역에만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수많은 가옥들이 파손됐다. 아직 집계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다수의 도로와 제방이 유실되고 농작물의 피해도 엄청나다. 우리 고장만 해도 4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 갔다.
집중호우라는 것이 새삼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다만 산발적으로 일어났던 것이 근래에 들어 빈도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그 강도 역시 예사롭지가 않다. 이번 호우엔 시간당 50mm 이상 비를 뿌린 지역도 상당하다. 수치로 보면 이번 우기의 누적 강우량이 거의 1년치 강우량에 버금간다.
흔히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한다. 인류는 빠른 공간이동을 위해 자동차를 만들고 선박과 비행기를 만들었다. 원거리간 소통을 위해 전화기를 만들고 거기에다가 카메라와 인터넷 기능까지 장착했다. 발전소를 짓고 공장의 굴뚝을 세웠으며 심지어 가축을 기르는 일조차 기업화하기에 이르렀다.
필요에 의해 시작한 일들이 지금은 1%도 안되는 상류층의 이윤 창출 수단으로 변질되고 인류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불러왔다. 지구라는 행성이 마치 자본가들의 부동산처럼 보인다. 인간이 쓰고 버린 잡동사니들은 이 멋진 초록별을 쓰레기 집하장으로 만들었다.
그 징후로 한켠에서는 사막화가 이루어지고, 다른 한쪽에선 산불과 태풍, 집중 호우와 집중호우의 이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는 폭염이 발생한다. 그리고 기온의 상승으로 인해 일부 저지대가 바닷물에 잠기는 변고까지 벌어진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런 이변 속에 작금의 재난은 사실 이상한 일도 아니다. 왜냐하면 자연은 그저 물리법칙에 충실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나 이념의 국경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연계의 국경은 없다.
다시말해 이번 수마의 비극은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이 초래한 환경의 문제로 재해석이 가능하다. 인류가 위험지역을 지정하고 긴급 문자를 보내어 주의를 촉구해도 재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잘난(?) 우리 호모 사피언스 집단도 아직은 자연이 하는 일을 통제는 커녕 그 변화조차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가 생각해야할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마가 지나간 자리에서 인간의 탐욕과 교만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호우 피해의 빠른 복구를 위해 전국적으로 13곳의 지자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우리 고장도 재난지역에 포함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아무튼 물난리로 피해를 입은 시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며 그 상처가 조속히 아물기를 기대한다.
한편 군부대가 수해피해현장에 투입돼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민간의 지원소식도 간간히 들려오기는 하지만 현장상황은 힘이 부친다. 여력이 되는 시민은 현장으로 달려가 힘을 보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