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율 (동양대학교 교수)

먼저 갑작스럽게 발생한 우리 지역 영주의 천재지변에 귀중한 목숨을 잃은 분의 명복(冥福)을 빌고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정감록(鄭鑑錄)에서 말하는 삼재불입지지(三災不入之地)의 십승지(十勝地) 가운데 일승지(一勝地)로 꼽히는 우리 영주 지역에서 일어난 천재지변으로 인해 사람의 귀중한 목숨이 앗기고 엄청난 재산 피해가 발생하여 모든 시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참으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나듯이 누천(漏天)의 장대비가 쏟아져 순식간에 불어난 물과 그 물을 머금은 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사고를 당한 사실에 모두가 아연실색(啞然失色)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천재지변에 대해 깊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무턱대고 천재지변이라 치부(置簿)하지 말고 거기에 혹시라도 인재(人災)를 천재지변으로 포장하여 책임을 면피(免避)하려고 하는 점은 없는지 냉철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불가항력적(不可抗力)인 일종의 사고이다. 그러나 면밀하게 살펴보면 여기에는 상당한 인재가 내함(內含)되어 있다고 하겠다.

사람들의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안일한 인식이 인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재의 요소를 간과하고 천재지변으로 모든 책임을 돌리는 행위는 불행한 일을 또다시 반복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는 천재지변에서 인재를 반드시 분리해내어 정말로 사람의 능력으로 어쩔 수 없는 것만 천재지변이라 하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미연(未然)에 방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예로부터 치산치수(治山治水)는 치국(治國)의 근본이라고 하였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된 사람은 치산치수로 대표되는 자연을 잘 알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산과 물을 잘 다스려서 백성이나 국민이 아무런 해를 당하지 않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하여야 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산과 물을 잘 다스리려면 산과 물의 속성을 잘 알아야 한다.

산은 나무를 적당히 심고 인간의 욕망대로 함부로 훼손하지 않으며 때때로 순찰하면서 이상한 곳이 없는지 꾸준히 살펴야 한다. 또 물은 물길로 제대로 흘러가는지, 제방(堤防)은 제대로 구축되어 있는지, 물길을 막는 요소, 즉 물가에 함부로 구조물을 구축하는 것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데 산과 물을 보면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아 하찮게 보이기 쉬우므로 사람들은 소홀하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산과 물은 일단 문제가 생기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를 준다. 바로 작금에 우리가 방송 보도를 통해 목도(目睹)하는 재앙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평소 산의 무서움을 모르고 함부로 절개(切開)하거나 물의 무서움을 모르고 높다랗게 쌓은 둑을 보고 왜 저렇게 높고 넓게 땅을 차지하고 있는지 의아(疑訝)하게 여기며 둑을 우습게 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호우(豪雨)가 내려 산사태가 나서 마을을 쓸어버리거나 홍수가 나서 물이 넘쳐흐를 때 둑이 그 물을 막아주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산의 무서움과 둑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게 된다. 이 세상에 양지만 있고 그늘만 있는 일은 없다. 다만 어느 경우가 우리에게 유익하고 유용한지를 따져보면 될 것이다.

⌈논어(論語)⌋의 「위령공(衛靈公)」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설파(說破)하고 있다.

“사람이 멀리 앞을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반드시 가까운 근심거리가 있다.(人無遠慮면 必有近憂니라)” 라고.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멀리 생각하는 안목이 없으면 반드시 목전에 닥치는 근심이 있게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하찮게 보이는 것에 소홀하기가 쉽다.

그런데 알다가도 모를 일은 사고는 언제나 소홀하게 여기는 데서 발생한다. 평소 산과 물의 무서움을 모르고 산과 물을 아주 하찮게 여긴 결과 비극을 초래하게 된다.

이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불비(不備)한 제도는 새로 만들고 불완전한 제도는 보완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과감하게 바꾸는 혁명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특히 위정자들은 깊이 각성해야 한다. 남의 탓을 할 게 아니라 내 탓이라고 해야 한다.

남 탓은 책임전가에 다름 아니다. 내 탓이라고 할 때 진정한 반성이 시작된다.

모든 것은 내 잘못, 내 불찰(不察), 내 부덕(不德)에서 비롯되었다고 통성(痛省)하고 완전히 기본으로 돌아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하나하나 모든 제도와 시스템, 인식을 새로 구축해 나가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자존심이 허락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인재를 인재라 과감하게 인정하고 더 이상 천재지변 뒤에 숨지 말자.

위정자들은 국민이 손해를 당하지 않고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일이 정치의 요체임을 깊이 인식하고 모든 위정활동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자기가 맡은 바를 최선을 다하여 성실하게 이행하자. 그 길만이 인재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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