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시인

미역국
                          -강일규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연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 근을 샀다


-애통의 한낮
이 시를 읽으면서 화자의 입장이 되어봅니다. 생일에 먹는 미역국, 탄생의 기쁨으로 먹는 미역국 이면엔 얼마나 많은 공멸과 상실의 미역국이 끓고 있었을까요? 한 번이라도 눈물 섞인 미역국을 끓여 본 사람, 그 미역국을 눈물로 먹어 본 사람들에게 “괜찮아”라는 말이 진정한 위로가 되기는 할까요? 그래도 그 말밖에 할 수 없어서 더욱 슬퍼지는 세상입니다. 

 뜻하지 않은 폭우로 전국은 물론, 우리 지역에도 사망자를 포함한 커다란 피해가 있었습니다. 마냥 울고만 있을 수도 없는 일이어서 복구에 온 힘을 쏟고 있지만, “놓친 연과 놓은 연”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주위를 맴돌고 있습니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갈 눈물이나 원망은 영원히 없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상흔만 딱지처럼 굳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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