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이면 최저임금의 시급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당연 큰 돈이라 여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뜬금없이 ‘6천원이면 할 수 있는 일’이라니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다름 아닌 본지의 월간 구독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 신문 구독 운운이라 하며 혀를 끌끌 차는 시민들도 없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그건 신문의 생리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신문은 일종의 창문과 비슷하다. 그래서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이념적 창문을 통해 세상을 내다보는 일이다.
특히 지역신문의 경우에는 일간지와는 달리 시민의 생활과 더욱 밀접하다.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의견을 공론화하는 주요 창구로서의 역할도 적지 않다. 참고로 본지는 2면의 지면을 할애하여 시민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신문 구독은 사회참여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신문 구독이 사회참여라고 하면 조금 의아해 할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 비근한 예로 조선일보가 우리 사회에 놀라운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는 바로 구독자의 수 때문이다,
늘 정론을 펼치거나 비판 기능이 다른 신문 보다 유독 탁월해서가 아니라 간접적이지만 신문이 구독자의 생각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두 말할 것 없이 언론의 힘은 구독자의 수에 비례한다. 우리가 선거에서 다수결을 채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그들 역시 다른 신문처럼 여러 갈래의 사회적 시선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도 덧붙여야겠다. 그렇다고 여기서 시민의 사회 참여의 필요성까지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자제하겠다. 더 애길하면 꼰대 짓이 될 것이므로.
화제를 바꾸어보면 6천원으로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애연가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되겠지만 에세 시리즈로 나오는 국산 담배 중에 가장 비싼 녀석인 골든 리프가 한 갑에 6천원이다. 일상적으로 서민들이 마시는 서민의 술 소주 한 병 반의 가격이기도 하다.(물론 안주 값은 제외하고 식당에서 계산하는 금액만 해당한다.) 때에 따라 분위기가 괜찮은 고급진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있겠다. (여기도 당연히 1인으로 제한한다.)
또 다른 멋진 방법도 있다. 10여 년 전 트위터에 올라온 에피소드이다. 당시 동양대학교에 재직중이던 미학자(논객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진중권이 동료 교수들과 함께 부석사를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단산반점에 들러 수타(手打) 짜장면을 먹고 한 말이다. 내가 이걸 못 먹고 죽었다면 엄청 후회했을 거라고.
사람들의 입맛은 다들 비슷한가 보다. 또한 사람들 말처럼 진중권이 싸가지는 없을지도 모르나 대체로 말은 바르게 하는 쪽이니 그 집 짜장면의 맛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6천원으로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나름 의미가 있어 소개를 했다.
중요한 지면인데 사설(辭說)만 길었다. 하여 6천원에 관한 중언부언은 이쯤에서 접는 게 좋을 듯하다. 신문을 읽든 짜장면을 사먹든 선택은 역시 시민의 몫이다. 다만 지역신문 한 부 정도는 시민들께서 꼼꼼히 읽는 일도 필요하다는 주장일 따름이다.
따지고 보면 애향심이라는 것도 거창한 게 아니라 사실 이런 사소한 일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본지의 창간 스물두 돌을 맞아 셀프 마케팅을 시도해 보았으니 독자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