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남 (작가)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유령 아이(출생신고 미등록)’ 문제가 불거졌다. 경찰청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안 된 사건이 7일 기준, 총 900건이며 811건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출생신고 미등록 수사 의뢰가 접수되고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고 부끄러운 일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나라는 아이가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18가지 국가 필수예방 접종을 받아야 한다. 보통의 아이들은 발달 시기에 맞춰 보건소나 병원에서 무료 접종과 건강검진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세 이하 아이 중 약 1만 1000명이 국가 필수예방접종을 제때 받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출생신고를 하고도 방치된 아이가 1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를 다 합해도 25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출생한 아이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한 존재이며 모두가 함께 잘 돌봐야 할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하지만 귀하게 태어난 소중한 생명을 우리는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이 아무 탈 없이 잘 자라나길 관심과 사랑이 절실히 필요하다.
얼마 전 수원에서 친모가 영아 2명을 냉동고에 유기한 일이 발생했다. 자신이 출산한 넷째와 다섯째를 숨지게 한 후 4~5년 동안 냉동고에 보관한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후에 화성에서도 20대 미혼모가 영아를 유기한 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두 사건 모두 아이의 출생신고가 안 된 상태였다. 만약 출생신고가 제대로 되었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동안 영유아 살해 및 유기 사건은 종종 있었다. 더군다나 학대하거나 방치된 아이들도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이번에 경기도 수원에서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유령 아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 계류 중이던 관련 법안이 마침내 급물살을 탔다.
정부는 지난 6월 30일 국회에서 ‘출생통보제’를 통과시켰다. 출생통보제는 부모가 고의로 출생신고를 누락해 ‘유령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고 지자체가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법안은 공포일로부터 1년 후 시행된다.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예방접종 기록과 분만 자료 등 정부와 의료기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유령 아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생신고가 안 된 아이는 학대를 당하거나 숨져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태어나서 빛도 보지 못한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선 안 된다. 그리고 한국도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신분 노출을 꺼리는 임산부를 위해 ‘보호출산제’를 도입한다면, 유령 아이 방지를 위한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생신고 등록은 한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기록적 출발점이다. 출생신고가 이루어져야 인권도 보장된다. 더 이상 추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이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의 ‘권리’를 마땅히 찾아주어야 할 것이다.
‘유령 아이’의 발단은 2019년 불거진 ‘투명 인간 하은이’ 사건부터였다. 하은이는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사망한 지 7년 뒤에야 그 존재가 알려져 투명 인간이란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적절한 법적 조치가 곧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제2, 제3의 하은이는 계속 나오고 있다. 출산율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를 잘 지키는 것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앞으로는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어야 할 것이다. 지자체마다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과 아이에게 체계적인 관리와 관찰이 필요하다.
요즘은 시내를 가든지 시골 동네를 가더라도 어린아이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는 비단 영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된 만큼 태어난 아이를 든든히 지키고 온 마음으로 키우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